[SOH]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인 매그나칩이 중국 자본에 매각되는 것을 두고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 강화를 우려해 중국계 편드인 와이즈로드캐피털의 매그나칩 인수 계약을 무산시킬 수도 있다는 것.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매그나칩은 지난달 28일 미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로부터 해당 매각 건에 대해 심사를 받도록 요청하는 이메일을 받았다.
매그나칩은 성명에서 “미국에 합병에 대한 어떤 승인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면서도 CFIUS와 계속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그나칩의 주력 생산품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구동칩(DDI)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이 분야 세계 2위 공급업체다.
현재 SK하이닉스 전신이자 모체인 LG반도체 시절부터 설계와 파운드리 등을 모두 영위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지난 2004년 당시 주력이었던 메모리를 살리기 위해 비메모리 사업을 매각하면서 미국 사업부가 매그나칩 세미컨덕터 코퍼레이션으로 분사됐었다.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매그나칩은 지난 3월 미국 본사 주식 전량을 중국계 사모펀드인 와이즈로드캐피털에 14억달러(약 1조589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는 매그나칩이 중국 자본에 넘어가면 20년 전 '하이디스'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하이디스를 철저히 이용한 것처럼 특허기술만 빼앗기고 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BOE는 한 때 삼류에 불과했지만 현재 LCD 분야 세계 1위로 부상했다. 이 업체가 한국의 LG디스플레이 등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데는 하이디스라는 제물이 있었다.
하이디스는 자금난에 시달리던 하이닉스반도체(현 SK 하이닉스)의 LCD 사업부가 분사하여 만들어졌지만 2002년 BOE에 매각된 비운의 회사다. 당시 BOE는 일개 브라운관 제조 업체에 불과했다.
2005년 왕동셩 당시 BOE 회장은 하이디스인수에 대해 “좋은 선택이었다. BOE하이디스는 한중 협력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제품 구조 전환이 완료되면 한국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한국에 재투자해 사업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큰 소리 쳤다.
하지만 왕동셩의 이런 발언은 불과 1년 만에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BOE 그룹이 2006년 하이디스의 기술 등 핵심 자산을 중국으로 빼가고, 국내 공장은 추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부도 처리한 뒤 한국을 떠났기 때문.
BOE가 LCD 1위가 된 데는 하이디스에서 빼돌린 기술이 결정적이었다.
법정관리를 받던 하이디스는 2008년 대만 이잉크(E-ink)에 매각됐다. 이잉크 역시 하이디스의 기술 로열티로만 수백억원을 벌자 특허 장사만 하기로 결정하고 공장 패쇄와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하이디스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끓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외 기업 인수를 통한 중국의 기술 도둑질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어서 중국 자본의 매그나칩 인수가 ‘제2의 하이니스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사태는 한 기업의 기술 유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분야 산업의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디스플레이 전문위원회를 열고 OLED 구동칩 관련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의결했다.
매그나칩이 보유한 OLED 구동칩 기술이 국가핵심 기술로 지정되면 매각 계약 자체가 정부의 심사를받게 된다.
정부가 기술 유출 우려가 크다고 판단할 경우 매각을 불허할 수 있다.
CFIUS는 과거 중국 ENN 그룹의 도시바 사업체 인수를 막았던 전례가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CFIUS가 ‘시장 독점’이나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매그나칩의 매각을 저지하거나 장기간 승인을 보류할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 머니투데이
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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