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하는 기간, 나는 중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태도가 친중국적이거나 아니면 두려하는, 둘 중의 하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사실 이 ‘중국’은 중국 인민의 ‘중국’이 아니라 ‘중공정권’이라고 해야 옳다.
이 점은 미국인들과 매우 달랐다. 미국인들에게 중국을 이야기하면 그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어느 한 구체적인 중국인에 대한 감정이지만 일본인들에게 중국은 ‘중공정권’ 혹은 ‘중국정부’의 대명사와 같았다.
나는 한국에도 간 적이 있는데 한국인들도 이 점에서는 일본인들과 달랐다. 그들은 중국에 대해 정치적으로 매우 독립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어 특별히 두려워하지도 친근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역사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친중 세력이 장기간 일본 정부와 사회를 주도했던 탓에 일본인들은 중국 문제에 보편적으로 정신상에 이상이 생겼다. 나는 이 점이 매우 가슴 아프다.
죄책감으로 말하자면 사실 중공보다 더 죄책감을 느껴야 할 정권은 없을 것이다. 중공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살해한 중국인은 일본이 살해한 중국인보다 훨씬 많으며 중국 인민에게 가져다 준 재난도 일본이 가져다 준 재난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하다. 하지만 중공은 지금까지도 자칭 ‘인민의 구세주’라고 하고 있으며 ‘공산당이 없으면 신 중국이 없다’라고 선전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친중파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사실 그들은 진정으로 친중하는 것이 아니라 중공을 건드리기 싫어할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그들은 중공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일본에 있는 기간 접촉했던 학술계와 기업계 일본 친구들은 거의 모두 중공 당국과의 거래를 원했고 중공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자유롭게 중국을 드나들지 못할까봐 두려워했다. 그들은 이 때문에 친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으나 진심이 아니었다. 이런 태도는 그들 자신도, 다른 사람도 불편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 학술 강연을 위해 중국 모 대학에 갔던 한 일본 교수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일본 교수가 중국 학생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면서 자신이 1989년 6.4천안문사건 때, 베이징 특파원 기자로 있었다고 말하자 학교당국 관리들이 안절부절못하더라는 것이었다. 민주국가에서 온 일본 교수는 중공 당국의 언론 탄압에 당연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대목은 거기서 그치고 지나갔다고 한다.
홋카이도大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나는 “중국 문제에 관심이 있고 중국 문제를 연구하는 모든 해외 학자와 중문을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 그리고 모든 해외 중국 유학생들은 자유, 민주, 인권 문제를 놓고 반드시 중국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미 발생한 인권 재난과 각종 반민주, 반자유적인 사례를 연구하는데 그치지 말아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나는 이렇게 하지 않는 학자와 학생들은 책임감이 없는 냉혈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현재의 중국을 강 건너 불 보듯 하지 말아야 하며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비인도적인 현상을 단순한 연구 자료로 삼지 말아야 한다.
동아시아와 전반 아시아의 민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는 많은 헌신적인 노력가들이 필요하며 이는 중국 인권 문제에 관심 있는 학자와 학생들이 자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일본뿐이 아니라 서구 중국학 학자들도 중국에 대한 심태가 심각하게 변이됐다. 그들은 쉽게 말하면 깡패를 두려워하는 ‘친깡패파’들이다. 이런 태도는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것은 물론, 비열한 수단으로 생존하는 깡패들을 갈수록 사로(邪路)에 깊이 빠져들게 하는 나쁜 역할을 한다. 이러한, 노예근성을 가진 사람들이 중공 깡패들로 하여금 자신의 깡패 수단이 천하 어디에서나 먹히지 않는 곳이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베이징 특파원으로 있었던 ‘아사히신문’의 한 유명한 기자는 히로시마에서 5시간이나 차를 타고 일부러 오사카에 있는 나를 보러 왔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나의 문장이 매우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중공 선전부를 토벌하자’라는 글에서 내가 중국 정부를 ‘합법적이지 않은 정부’라고 한 데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기자는 부패라는 단어로 형용하면 좋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우리는 상대방을 설득시키려고 반나절이나 이 문제로 ‘옥신각신’했다. 마지막에 나는 “그래요, 일본 정부도 완미하지 않다고 하는데 이 점은 저도 승인합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아무리 문제가 있다 해도 필경 4년에 한 번씩 일본 국민들이 직접 선거한 정부가 아닙니까? 그러나 우리 중국 정부는 1949년 성립된 이래, 57년 간 한번도 인민에게 선거권을 준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합법적인 정부라고 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당신들도 해마다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열지 않습니까?”라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맞습니다, 우리도 전인대가 있긴 하지요. 그러나 회의에 참석하는 대표들이 모두 각 지방 당 서기들이 지명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라고 말해서야 그는 좀 수긍하는 것 같았다.
그 기자가 돌아간 뒤, 함께 있었던 중국 친구는 나에게 “이 사람은 일본 좌익 지식인들의 전형적인 대표군요. 그들은 어떻게든 중공 정권을 위해 말을 하려는 성향이 있지요.”라고 말했다. 나는 “앞으로 우리는 그들에게 일방적인 양보는 친중국이나 친중공이 아니라 중공과 중국을 해치는 행위라는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글/ 자오궈뱌오 (焦國標, 전 베이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베이징에서
對중국 단파방송 - SOH 희망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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