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지진 발생 사실을 알면서 예보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특별
프로그램을 연달아 제작했던 관영 CCTV가 결국 제 무덤을 파고 말았습니다.
지난 6월 8일, ‘지진은 절대 예측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기 위해 CCTV 제2채널의
‘대화(對話)’ 프로그램은, 중국 지진관측소의 허융넨(何永年) 교수를 스튜디오로
청했습니다.
허융넨 교수는 대규모 두꺼비 이동 등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는 선명한 지진 징후마저도
무시했다는 핵심 의문을 해명하기 위해 “5월 27일부터 6월 5일 사이 중국과
일본에서 규모 7.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적은 한 민간인의 제보편지와
비슷한 예보를 한 중학교 교사의 편지를 꺼내 읽으면서 이 같은 어이없는 제보를
하루에도 수없이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진 관측 분야에서 40년간 경험을 쌓았다는 허 교수는 민간인이 지진 연구에
참여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공식적인 예보와 대처 행동에 관여하지 않는 선에서 만족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국가에 부담만 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방송 이후 비록 두 제보자가 정확한 날짜를 맞추지는 못했지만 6월 14일, 일본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하자 중국 네티즌들은 허융넨 교수의 발언을 인터넷 게시판에서
전하면서 분노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허 교수가 “일부러 선택해 온 편지가 아니라, 당일 받은 편지를 들고 왔다”고
설명한 점으로부터 미뤄볼 때, 네티즌들은 정확한 제보 내용이 담긴 편지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민간의 제보를 무시하는 지진 전문가들의 불성실한
태도에 네티즌들은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지진 발생 전에 집단 실종됐던 전문가들이 지진 발생 후 갑자기 총동원 돼 ‘지진은
예측할 수 없다’는 고정된 주제에 심혈을 쏟고 있는 가운데, 중국 네티즌들은 이번
프로그램을 두고 ‘CCTV 사상 최대 코미디’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중공 정권을 위해 수많은 뉴스를 조작해 온 CCTV는 당국의 인터넷 검열과
언론 통제 덕분에 국내에선 거의 꼬리가 밟히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지진이라는 천재지변
때문에 결국 넘어지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