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후사오장(胡少江. 자유아시아방송 특별해설원)
[SOH] 요란하고 화려했던 베이징 국경일 축제는 소박한 중국인들을 흥분의 도가니 속에 빠지게 했으며 일상의 고뇌도 잠시 잊게 했다. 관리들의 부패와 사회의 불공정함에 지친 그들에게는 마비된 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다.
한편 베이징의 통치자들은 축제를 통해 자화자찬하고 갈수록 팽배하고 있는 민중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또한 경제적인 계산에 밝은 서방 사업가들과 정치가들은 베이징 통치자들에게 아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 같은 행사 때에는 빈말 한마디라도 큰 보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중국 정부의 정치적 선전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베이징 축제를 전부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확실히 중국 경제와 군사력은 놀라운 성장을 했다. 물론 이 같은 성과는 공산당의 지도력이 탁월해서라기보다는 최근 30년 동안 공산당이 정권 유지의 압력으로 인민에게 양보한 결과이고, 국제 자유시장과 궤를 같이 한 결과이며, 중국 지식인과 노동자들이 땀 흘려 노력한 결과이다.
중국인들은 역사적으로 근면하고 지혜롭다. 만약 좋은 정치제도와 사회제도가 있었더라면 전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은 현재 전세계 6.5%를 차지하는 생산량을 훨씬 초과하는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며, 매 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인 혜택도 지금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단순히 행사 하나만 본다면 베이징 축제는 당연히 세계 최고이다. 한 사람같이 움직이는 군인들, 화려하게 꾸며진 퍼레이드, 군중들의 대규모 행진은 심지어 감탄까지 자아낸다. 이 같은 축제는 세계적으로도 북한을 제외하고는 따를 자가 없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이와 유사한 군중집회는 히틀러 시대의 독일과 무솔리니 시대의 이탈리아 및 스탈린 시대의 소련밖에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유감스러운 것은 이 같은 축제는 독재자들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고 인민의 고통은 은폐한,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행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실은 인류의 가장 추하고 냉혈적인 행사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의 허영심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통치자의 허영을 만족시키기 위해 전체 국가가 동원되는 것은 독재국가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국력을 놓고 보자면 오늘날 세계에서 아직까지 미국을 따를 국가가 없다. 건국 역사가 300년도 채 되지 않는 미국은 세계 인구의 4.5%를 차지하는 인구로 해마다 세계 총생산의 23.5%를 생산해 내고 있으며 군사, 정치 실력도 세계 최고로 꼽힌다. 그러나 아무리 큰 허영심을 갖고 있는 미국 대통령이라 해도 멋대로 국가 자금을 이용해 대규모 열병식이나 군중집회로 자신의 ‘위대하고 광명함’을 과시지는 못한다.
특히 베이징 축제에 가려져 있는 인권탄압은 전세계의 비난을 받고 있다. 축제가 열리는 베이징 광장에서는 행사 참가자들의 획일적인 움직임과 정치적 구호 말고는 어떠한 인간적인 면모도 찾아보기 어렵다. 축제 기간 감금되고 감시받고 있는 인권운동가들과 탄원민들의 분노도 당연히 잘 감춰져 있다.
축제 당일, 중국 관영 언론에서는 열병식에 참가한 한 군인이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간 지 54일이 되도록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 조직은 훈련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군인의 어머니를 설득했다고 한다. 이 보도를 읽고 나의 마음은 평온을 잃었다. 베이징 축제의 비인간적인 면을 설명하자면 이 사연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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