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정부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을 탄압할 목적으로 운영하는 비밀 강제 수용소의 운영 지침이 담긴 중국 공산당의 기밀문서가 처음 공개됐다. 중국은 이 시설을 줄곧 직업교육 훈련센터라고 주장해왔다.
그간 유엔과 서방국가·언론들은 2017년부터 자치구 내 위구르족 1100만여명 중 약 100만명이 재판 없이 강제 수용소에 구금되고 있으며, 이들이 이슬람 신앙과 위구르어 사용을 포기하도록 강요받고 중국어와 사회주의 사상, 유교 문화를 배우는 세뇌 교육이 자행된다고 지적했다. 일부 위구르족 난민들에 따르면 이들 수용소에서는 구타와 고문, 강간 등도 자행되고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25일 ‘차이나 케이블스’라는 이름으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 공안 정책을 총괄하는 당위원회가 공안 당국 등에 배포한 전보(Cables)와 공고문(bulletins), 그리고 신장 자치구 법원의 사상범죄 판결문 등 6개 문서를 공개했다.
이들 문건은 주하이룬(朱海侖) 당시 신장 자치구 공산당 부서기 겸 공안청장이 직접 승인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2급 기밀로 분류돼 있었다. 이 지침은 현재 무슬림인 위구르족 및 기타 소수민족 수십만 명이 구금된 수용시설의 운영 매뉴얼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문건에서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정보보고 문서도 발견됐다. 여기에는 중국 공안이 신장위구르 주민들에 대한 선별 및 구금을 위해 인공지능을 이용한 방대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시스템 상황이 담겨 있다.
공고문에 포함된 ‘통합 합동작전 플랫폼(IJOP)’ 사용 지침은 신장 자치구 전역에 걸친 대규모 데이터 수집을 통한 감시의 실상을 보여 준다.
중국 당국이 신장 자치구의 검문소와 안면인식 기술의 CCTV 카메라, 일부 위구르인의 스마트폰에 설치하도록 강요하는 스파이웨어 등을 통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반 시민을 조사 대상에 올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군과 공안 모두 사용하고 있는 이 플랫폼이 대규모 인권유린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힘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또 차이나 케이블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소수민족 강제집단수용 실상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감시 시스템이 영장없는 수색, 안면인식 카메라 및 기타 다른 방식으로 방대한 양의 개인 신상정보를 긁어모으고, 단지 특정 모바일 앱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수십만 명을 조사할 것을 지시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준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외국 국적을 취득한 위구르인의 체포와 해외에 거주하는 위구르인 추적을 노골적으로 지시하는 내용도 상세하게 담겨 있다.
일부 해외 거주 위구르인들은 권위주의 정부에 의해 중국으로 강제 송환됐는데, 이 같은 글로벌 저인망 시스템에 중국의 대사관과 영사관도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보’라는 제목이 붙은 지침서는 수용소 운영 요원들을 대상으로 수용자들의 탈출을 방지하고 수용시설의 존재 자체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것과 함께 강제 세뇌 교육 방식이나 전염병 발생 통제 방법뿐만 아니라 수용자들의 친척 면회와 심지어는 화장실 사용을 언제 허락할 것인지 등과 관련한 소름끼치도록 세세한 24가지 지시사항을 담고 있었다.
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비밀에 부치기 위해 직원들조차 휴대폰을 반입할 수 없었다.
2017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운영 지침은 수용자에게 상벌을 부과하는 기준으로 사용하는 행동 수정 ‘점수제’를 낱낱이 드러낸다. 또 수용자들이 최소 1년간 수용시설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중국 정부는 이 시설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대책 목적으로 ‘직업훈련’을 실시하는 곳이라고 주장해 온 만큼 공개된 문건에서 이 구금 시설은 ‘직업교육 훈련센터’로, 억류자들은 ‘학생’으로 표기됐다.
하지만 위구르족 등에게 중국어와 직업 기술을 가르치고 준법의식을 높여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시설을 세웠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 공개된 문서 곳곳에서는 ‘탈출 방지’ 등의 지침이 발견됐다고 ICIJ는 전했다.
ICIJ의 차이나 케이블스 문건 공개에는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르몽드, 한국의 뉴스타파 등 세계 14개국 17개 언론사 언론인 75명 이상이 참여했다.
취재에 참여한 뉴스타파는 “지난 2년 간 수용소에서 풀려난 사람들의 증언과 목격담, 그리고 인공위성 사진 등을 통해 신장 자치구에 최소 1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정부 주도 수용소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났다”며 “이번 문건 공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소수민족 강제 집단 수용 실상을 보여 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주영국 중국 대사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서방 언론들이 공개한 문서는 날조된 것이며 관련 보도들은 모두 가짜 뉴스"라며 "신장위구르 내 종교적 자유는 절대적으로 존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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