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78세인 장쩌민 전 국가주석. 그의 15년간에 걸친 장기집권에 중국인민들이 식상한 것일까? 최근 중국의 TV와 언론들이 22일로 덩샤오핑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업적을 기리며 앞다투어 그의 전기를 방영하였다. 그 중 주목할 만한 것은 덩샤오핑의 업적 중 집권 후반기의 미련없는 권력이양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
그도 그럴 것이 장쩌민은 89년에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직에 오른 후 13년이 지난 2002년에야 후진타오에게 당 총서기직을 물려주었으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당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양보하지 않음으로써 위에 언급한 두 자리를 거의 동시에 이양한 덩샤오핑(당 서기직 이양 5개월 후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넘겼음)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여론매체의 보도에 장쩌민은 예정했던 덩샤오핑의 동상제막식에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서열 관련 의전을 고려, 서로 각각의 행사를 주재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장쩌민이 덩샤오핑의 고향인 쓰촨성 광안에서 덩의 동상 제막식을, 후진타오가 탄생기념대회를 주관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정말로 심기가 불편한 쪽은 후진타오일 것이라는 게 중국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가주석이자 당 총서기인 후진타오는 올 3월에 열린 전인대에서 과도한 경기과열과 경제의 불균형성장을 막기 위해 원자바오 총리와 함께 강력한 긴축정책과 빈부격차 해소를 경제정책의 기본기조로 제시했으나, 지난 7월 26일 장쩌민 전 국가주석에게서 “진상을 똑바로 보고, 진실을 말하라.”는 호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발언은 후 주석의 측근인 원자바오 총리가 천량위 상하이 당서기를 비롯한 장쩌민 추종세력들과 긴축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과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는 장 전주석의 발언 이틀 전인 24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제 15차 집체학습에서 후 주석이 이례적으로 장의 영역인 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섬으로써 장쩌민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있다.
장쩌민과 그 추종자들이 후 주석의 경제정책에 대한 질책에 대해 원자바오는 “총리직을 걸겠다.”라고 할 정도로 뜻을 굽히지 않고 있으나 결국 후 주석이 7월 26일부터 4일간 상하이를 방문, 천량위 상하이 당서기를 만남으로써 기세 싸움에서 일단 장이 승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후진타오의 재 반격 또한 만만치 않다. 후진타오는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행한 덩샤오핑 탄생 100주년 기념 연설에서 장쩌민이 참석한 가운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대만독립을 분쇄할 결심을 할 수 있다.”라고 발언함으로써 지난달 24일 제15차 집체학습 발언에 이어 다시 한번 자신이 군사, 국방을 포함한 국정의 총책임자임을 강조했다.
또한 연설 중에서 덩샤오핑이 마오쩌뚱과는 달리 종신 지도자에 연연하지 않았음을 칭송함으로써 기존 언론과 마찬가지로 장쩌민의 심기를 건드렸다.
후진타오의 이전과는 다른 공식석상의 이와 같은 강한 발언 행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다음달 9월에 있을 당 제16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후 주석이 군권을 포함한 실질적인 최고지도자로 거듭 나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후 주석의 발언이 장쩌민의 사전 양해없이 이루어졌을 리 없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여하튼 미국과 함께 세계 초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최고 권력을 둘러싼 신경전은 바로 옆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정헌 기자
2004년 08월 28일
기사전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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