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천포쿵(陳破空ㆍ자유아시아방송 특약평론가)
[SOH] 여진이 누그러들기 시작하면서 중공 언론은 언색호 방류에 초점을 맞췄고 중공 당국도 확실히 큰 노력을 기울였다.
고위층 관리와 수리 전문가들이 동원돼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군인들이 대거 투입돼 장애물을 제거하고 물길을 만들어 냈다. 동시에 지방정부는 언색호 주변의 몐양(棉陽)시, 장유(江油)시 주민들을 대규모 대피시켰으며, 기타 지역 이재민들에게는 대피 훈련까지 시켰다. 여기다 원자바오 총리가 3번이나 쓰촨성에 들어가 잔해에 걸려 넘어지는 등 모습을 TV화면에 보이며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당국이 우유부단하고 판단을 잘못해 일찍부터 고지대로 대피한 주민들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무더운 날씨에 샤워조차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다고 원성이 높았다. 또 방류를 앞두고 불필요한 준비에 과도하게 힘을 쏟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중공 당국이 언색호에 이처럼 신경을 쓰는 것은, 우선 지진 발생 전과 발생 후에 저지른 많은 잘못을 만회하여 추락한 정부의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해서이고, 다음은 정치적 성과를 만들어 당을 선전하는데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중공 당국은 원래 이번 지진을 계기로 인민의 결집력을 강화하고 국제적 이미지를 격상시키려 했지만 뜻밖에 학교 부실공사가 수많은 어린이들의 참사를 빚어내는 바람에 지금까지 쌓은 공이 전부 무너지고 말았다.
때문에 이번 언색호 작전은 학교 부실공사 문제로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고 부실공사 문제를 축소시키려는 의도도 담겨있다.
심각한 천재와 인재를 겪으면서 이재민들이 얻어낸 결론은, 부실공사 문제를 낳은 것은 관리들의 부패이며, 관리들의 부패는 또 감독체계가 없는 정치제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민중의 분노의 화살은 점차 현행 정치제도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이 시각에도 중공 당국은 반성하고 정치를 개혁할 대신 독재의 본색을 더 드러내며, 언론을 통제하고 정보를 봉쇄하며 심지어 자녀를 잃고 청원하는 학부모들을 내쫓거나 탄압하면서 그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다.
외신 기자들도 또다시 취재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학부모들을 취재하던 기자들은 연행되거나 추방당했으며 갑자기 취재 기한이 다 됐다는 통보를 받는가 하면 새로 취재증을 신청하려면 복잡한 심사서류를 통과해야 했다.
돌변한 중공 당국의 태도는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해외 언론에 취재의 자유를 주겠다던 약속에 크게 위배될 뿐만 아니라 지진 발생 당시 ‘많이 진보했다’며 중공 당국에 낙관적인 태도를 가졌던 국제여론에도 냉수를 퍼부었다.
지진 발생 후, 국제여론은 그나마 신속한 반응을 보이고 피해 상황을 은폐하지 않은 중공 당국을 높이 평가했다. 또 희생자들을 위해 조기를 드리우고 추모활동을 벌이는 등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행동에 감동될 뻔 했다. 사실 민간과 국제사회의 압력이 작용하여 추진된 것이지만 국제사회는 그 정도에도 중공을 대견해 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그런 이례적인 모습은 얼마 지속되지 못했다. 중공이 또다시 이빨을 드러내며 횡포를 부리길 시작했고 칭찬에 나섰던 사람들도 미처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한편, 중공 추종자들은 ‘후진타오가 레드카펫을 거부했다’, ‘샤론 스톤이 사과했다’는 둥 근거없는 기사들을 난발하면서 실추하는 중공의 이미지를 애써 유지하려고 갖은 수단을 총동원했다.
특히 중공의 어용 문인인 위추위(余秋雨)는 ‘눈물을 흘리며 학부모들에게 권한다’는 글을 발표해 “반 중국 세력에 이용되지 않도록 청원을 중지하라”, “감동적인 분위기를 유지하자”며 헛소리를 해댔다. 위추위의 글이 발표되자 네티즌과 민간 여론은 크게 반발했다. 여론은 위추위를 냉혈동물, 후안무치한 인간이라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재난을 겪으면서 압제 정치가 별로 신통치 않은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민중의 반응이 이정도일 줄은 당국도 예상치 못했다.
중공이 예전에 비해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다. ‘6.4천안문 사건’ 19주년을 맞은 당일인 지난 6월 4일, 중공은 6.4대학살 지휘자인 리펑(李鵬) 전 총리의 아들 리샤오펑(李小鵬)을 산시(山西)성 상무 부성장으로 임명하고 그를 제5세대 중공 지도자 후임 반열에 올려놨다.
리펑의 아내 주린(朱琳)은 ‘화능국제(華能國際)’그룹 이사장이며 다야완(大亞灣) 핵발전소 등 국가 중요 프로젝트를 독점하면서 빈번하게 부패 추문을 만들어냈다. ‘화능국제’ 회장인 장남 리샤오펑은 ‘아시아 전력왕’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지만 역시 전문가들과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후탸오샤(虎跳峽)댐 건설을 강행하는 등 온갖 횡포를 부려온 인물이며, 딸 리샤오린(李小琳)도 ‘중국전력’ 그룹 이사장직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부패 사건에 연루됐다. 특히 차남 리샤오융(李小勇)은 특대 사기사건에 연루돼 싱가포르로 도주했지만 오히려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독재, 학살과 부패로 뒤엉킨 리펑 가족은 현재 중공 통치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리샤오펑에 대한 임명 인사는 중공 고위층이 현재의 정치체제를 끝가지 고수하려는 의도와, 독재와 탄압 및 부패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도를 잘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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