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웨이푸(未普.RFA특별해설원)
[SOH] 최근 미 재무부는 2008년까지 중국이 매입한 미 국채(國債) 규모가 7,274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가 악화되자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공(중국공산당)의 시름도 깊어졌다. 달러의 약세로 재산이 대폭 줄어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공이 미 국채를 더 사들일지 아니면 매각할지 여부는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세계 경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가 됐다.
지난 달 영국을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기자의 관련 질문을 받고 “이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 뒤, 중국이 미 국채 규모를 늘릴지 여부에 대해서는 “환율 안정성 등을 감안해 중국의 필요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애매하게 답변했다.
미국 국채는 최소한 현재로서는 안전하지 못하며 앞으로도 안전하다고 말할 근거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채 발행을 대폭 늘리면서 가격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는다 하더라도 달러의 약세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 국채를 매입할수록 중국이 경제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 내에서도 80%이상의 네티즌과 70%이상의 경제학자들이 정부의 미국 국채 매입을 반대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정확히 예측해 화제를 모았던 책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宋鴻兵)은 미국이 이제는 국채 버블(泡沫)로 부동산 버블을 대체하는 희대의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중공 당국은 이 같은 여론과 경고를 무시하고 누차 미국 국채를 사들이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렇다면 중공은 왜 이 밑지는 장사에서 손을 떼려 하지 않을까? ‘중국의 필요에 따라’라고 했던 원자바오의 말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중국의 필요’라는 것은 무엇일까? 홍콩 시사평론가 차오징항(曹景行)이 지난 해 ‘명보’ 발행 잡지 12월 호에 발표한 문장에서 그 답안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이 글에서 중공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작은 경제적 손실을 입는 대가로 큰 정치적 이익을 얻는다”는 책략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달러가 장기간 약세에 처할 위험이 있지만 매월 100-20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사들여 대만문제 및 무역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있어서 미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면 그 정도 손실은 감수할 수 있다는 게 중공 당국의 생각이다. 이것이 바로 중공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진정한 목적이다.
중공의 계산은 효과를 거뒀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매월 평균 200억 달러씩 벌어들이는데 그 중 65%로 미국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미국에서 번 돈을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심각한 무역불균형에 대한 미 국회의 비난을 잠재우고 위안화 환율절상에 대한 압력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권, 대만, 티베트 등 문제에서 미국의 입을 틀어막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일거다득의 정책은 경제적인 영역을 넘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공의 외교적, 정치적 책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공의 생각을 오바마가 모를 리 없었다.
지난 달 중국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경제만 논의하고 중공을 난처하게 하는 인권문제는 언급하지 않자 중공은 국채 외교가 효과를 봤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힐러리 국무장관은 귀국하자마자 ‘인권보고서’를 발표해 중국 인권문제를 비판하고 나서는 바람에 후진타오와 원자바오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미국의 양면 정책에 대처하기 위해 중공은 그들과 같은 수법을 쓰기로 했다. 즉 입으로는 매입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사들이는 방법이었다. 지난해 말에 이어 이번 양회 폐막 기자회견에서도 원자바오는 미국이 국내 금융질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국채 매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공은 그 동안 계속 미 국채를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의 다른 한 책략은 ‘한편으로 사들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매각’하는 방법이었다. 매월 고정적으로 미 국채를 사들이면서 미국이 중국에 불리한 행동을 하면 즉시 일정 수량을 매각하는 수법으로 미국을 위협했다. 신임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달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다고 비판하자 그에 대한 반발로 중공은 보유한 미국 국채의 일부를 투매했다. 그 결과 오바마 대통령은 즉시 후진타오에게 전화를 걸어 오해를 풀자고 말했다.
그러나 만물은 극에 이르면 반드시 뒤집히게 마련이라(物極必反), 중공의 이번 게임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이 석유로 미국을 견제하듯이 중공이 자금으로 미국의 숨통을 누르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중공의 돈으로 열리고 있는 파티가 이제 끝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그린(綠色)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오바마는 아직까지 부족한 자금 해결 방법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만약 오바마가 정말 이 파티를 끝낼 방법을 찾아낸다면 중공은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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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중국 단파방송 - SOH 희망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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