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BBC 중문판 기자 러안(樂安)
[SOH] 상징적 의미가 큰 G20정상회담이 지구촌에 불어 닥친 경기불황의 폭풍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만우절 농담보다 더 심한 농담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번 정상회담에 여전히 큰 기대를 걸고 있었으며, 특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오바마 미 대통령의 첫 회담에 큰 관심을 가졌다. 심지어 이번 회의가 G20이 아닌 중미 양국의 G2회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돌았다.
하지만 두 나라 정상의 회담은 기대에 못 미쳤다. 달러화의 지위 등 핫이슈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경직되고 반응이 느린 모습도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게다가 뜻하지 않게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후진타오와 오바마의 인기를 빼앗아 가는 바람에 G20회의에서 스타가 되려했던 중국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베이징올림픽 당시와 같은 중국의 위풍은 자기 집 마당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다.
중국에 대한 기대는 대규모 외환보유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과 경기불황에 상관없이 8%의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특히 회의를 앞두고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달러의 지배적 지위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 기축통화를 제안하고 나선데 이어, 왕치산(王岐山) 부총리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중국에 대한 관심이 증폭했다.
그러나 후진타오와 오바마는 회담에서 미 채권의 안전문제나 새로운 기축통화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때문에 오바마가 전에 발표했던 양국 상호방문 계획을 다시 확인한 것과 아직 구체적이지 않은 새 ‘전략경제대화’ 외에 기자들은 보도할 거리가 없었다.
이 전략대화에 대해서도 기자들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했다. 그러나 5시간의 긴 기다림 끝에 시작된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대만, 티베트 문제에 대한 주장만 되풀이했고 중국외교부 신임 수석 대변인 마자오쉬(馬朝旭)는 기자들에게 질문 한 마디 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에 기자들은 머리를 저었고, 한 영국 기자는 기자회견이 끝나자 즉시 회사에 전화를 걸어 “쓸 만한 이야기가 없었다,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런던 주재 중국대사관의 주동적인 모습에 익숙해져서인지 기자들은 중국 외교부 공보국 대변인이 G20회담과 같은 중요한회의에서 그처럼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데 대해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지도 모른다.
6년 전 베이징 양회(兩會) 기자회견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중국에서 한창 유행했던 ‘시대의 흐름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자’는 구호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 때 나는 중국 외교부가 ‘한 발 물러서는 전략’에 이미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6년이 지난 오늘 보니 중국 외교부는 그 때보다 더 심하게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아마 오랫동안 습관이 몸에 배어 그런 것일 수 있다. 덩샤오핑은 ‘한발 물러서라’고 지시했지만 ‘성과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들은 뒤에 말은 잊은 듯 했다.
한 번의 기자회견으로 중국의 이미지는 크게 손상됐고 기대했던 ‘G2회담’은 결국 ‘G1.5회담’이 되고 말았다.
중국은 최근 소프트파워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런던에서 우리는 경제대국으로서 중국의 실력도 보았지만 중국의 ‘소프트’, 즉 무기력한 일면도 보았다. 중국이 국제사회와 궤도를 같이 하고자 한다면 우선 세계에서 통용되는 소통 방식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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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중국 단파방송 - SOH 희망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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