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공산주의 정권에 내부적으로 민주 절차가 있다는 것은 얼핏 모순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비록 서구인들이 알고 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르지만 중공 당대회에서는 독특한 방식의 투표가 실시됩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경제학자 청샤오눙(程曉農)은 1987년 13차 당대회(13대)에서 후베이성 대표단을 감시하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그는 자오쯔양 전 총서기의 보좌관이었습니다. 1987년 덩샤오핑은 (최소한 서류상으로) 당 최고위직에서 은퇴하고 자오쯔양이 당 총서기가 됐습니다.
청씨는 “나는 대표단과 함께 호텔에 있었다. 우리는 함께 생활하며 매일 토론했다, 내 일은 그저 듣는 것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또 “나는 말을 할 수 없었지만 모든 사람의 얼굴과 그들의 배경을 기억해야 했다. 누가 당에 대해 험담을 하면 상부에 보고해야 했기 때문이다”라고 당시의 역할을 설명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담당자가 호텔로 와서 청씨가 쓴 보고서를 인민대회당으로 가져가 보고서로 만들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새벽 5시에 인쇄된 후 오전 7시에 20여명의 정치국 위원들 책상에 놓였습니다.
청씨는 당시 중국 전역에서 온 30여개의 대표단을 감시했습니다. 지금은 40여 대표단이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에 참석하며, 2,268명의 대표들은 각각 당의 여러 지부를 대표합니다.
각 대표에게는 청씨와 같은 정치적 감시요원이 배정되고, 대표단들은 호텔에 머물며 외부와 격리됐습니다. 그에 따르면 “어느 누구에게도 친구 혹은 가족 방문이 허용되지 않으며,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밤낮으로 감시”됩니다.
당대회는 1주일간 열립니다. 인민대회당에서 회의를 마친 후 호텔로 돌아갈 때 대표자들에게는 학습해야 할 보고서와 자료가 주어집니다. 마오주의의 중국에서와 같이 그들은 공산당 이론가들의 최근 연구 성과물과 학습이념을 주입당합니다. 청씨는 “그들은 그것을 읽고 지지를 표명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전통적인 공산주의의 정치학습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념학습과 함께 대표자들은 어떻게 투표해야 하는지에 대해 매우 상세한 설명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할당량이 배분됐고 사람들은 각기 달리 할당받았다. 예를 들면, 한 그룹은 사령관 A에게 투표하기로 되어 있고 다른 그룹은 사령관 D에게 투표하기로 되어 있다. 각 대표단별로 리더가 있어 해당 대표단이 투표를 확실히 완수하는 것을 책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대표자들 사이에 정치적 불일치가 존재하는 경우 등을 대비해 중공은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전자투표장비를 도입했습니다. 투표장비 역시 감시용 기계로, 모든 사람들의 좌석이 배정된 상태에서 투표장비 역시 각 대표를 감시합니다. 만약 누가 잘못된 버튼을 누르면 그는 큰 곤란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컨설팅 업체 프랙텔(Practel)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간이 갈수록 감시수단은 최첨단화되어 ‘2003년 5월 당대회에 참석한 대표자들은 움직임 추적과 기록을 위해 RFID가 장착된 배지 착용을 요구’ 받았습니다.
오랜 기간 베이징에서 정치부 기자로 일한 윌리 램씨 역시 대표자들과의 대화에서 청씨가 밝힌 것과 유사한 내용을 확인했다고 최근 글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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