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올 초 신혼살림을 차린 박모씨(38·김제시)는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결혼한 지 6개월도 안된 신부가 두 달전 말없이 집을 나간 후 지금까지 연락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중개회사에 거금을 주고, 필리핀까지 가서 신부를 데려왔던 박씨는 “아내가 왜 집을 나갔는지 이유라도 알면 이렇게 속이 타지는 않을 것”이라며 허탈해했다.
외국 신부를 상대로 한 한국 남편들의 이혼청구소송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전주지법 가사1단독(최은주 판사)은 22일 백모씨(41)가 고모씨(여·35·우즈베키스탄)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을 인용했다. 백씨는 “지난 2004년 2월 고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동거한 지 이틀 만에 아내가 지갑을 가지고 무단가출한 뒤 귀가하지 않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재판부는 또 최모씨(37)가 김모씨(여·23·중국)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도 인용했다. 최씨는 지난 2005년 7월 결혼해 함께 살던 김씨가 그 해 10월 무단 가출한 뒤 연락이 끊기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가사1단독이 판결한 7건의 소송 중 4건이 외국인 신부를 상대로 한 이혼소송이었다.
전주지법에 따르면 올 5월까지 접수된 이혼청구 소송은 23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8건)에 비해 20% 가량 줄은 반면 외국인 신부를 상대로 한 청구소송은 전체의 10% 안팎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사재판부 관계자는 “외국인 당사자의 이혼소송 건수를 별도로 집계하지는 않지만, 실무적으로 보면 관련 소송이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확인해 줄 수 있다”며 “전체 소송에서 5∼1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노동인권센터 이지훈 센터장은 “결혼 전에 중개업소에서 제시한 조건과 현실이 크게 다르거나 언어와 문화를 극복하지 못한 이주여성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 무단가출을 시도하거나 유혹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며, 이렇게되면 결국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 모두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며 “갈수록 결혼으로 인한 이주여성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결혼 중개업소의 영리성 금지 등의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새전북신문 소성일기자 mokduri@sjbnews.com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 국민일보 쿠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