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발사자제 요청했건만…” 당혹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부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는 발생한 사태(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한다”면서 “관련국 모두가 침착하게 행동하고 자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결행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 등 중국 고위층의 발사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시험발사가 단행됐기 때문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으며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따른 사태를 어떻게 봉합해 나가느냐가 중국 외교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를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주 최진수 주중국 북한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중국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달 28일 “사태를 악화시킬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5월 말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중국은 북·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은 지난달 27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해 북한에 관심을 표명했다”며 “북한 미사일 문제로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결행됨으로써 중국은 곤경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의 뜻이 북한에 의해 무시된 것과 북핵문제를 풀어야 하는 중국의 입장이 더욱 꼬여들게 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중국으로서도 달가운 일이 아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미국과 일본의 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에도 위협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어느 모로 보나 중국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베이징=강호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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