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ctical : 제조업자가 보는 FTA.. 원천기술없는 한국... [177]
48393 | 2006-06-09
추천 : 40 / 신고 : 10 | 조회 : 27598 | 스크랩 : 금 지
미국에서 십년째 자동차회사에서 근무중입니다. 저희도 각종 CNC 기계를 많이 쓰는데 몇몇 독일제품을 빼면 전부다 일제입니다. Akuma Makino Mazak Mitutoyo Yamada MoriSeiki 전부 다 일제입니다. 원천기술뿐 아니라 그때문에 생긴 업계내에서의 일본회사에대한 좋은평판이 일제와 비슷한 기아중공업의 기계를 반값에 살수 있어도 회사에서는 쳐다보지도 않게 만듭니다. 사실 아실분은 다 아시겠지만 그런 기계의 가격자체는 별 의미가 없거든요... 1-2년이면 일제기계를 사느라 더 쓴 돈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잊혀져가고, 잔고장없이 24시간 쌩하게 돌아가는 "MAKINO" 라는 로고만 기억에 남아있을 뿐이죠.
한국에 원천기술이 있네 없네 토론이 많은데, 한국의 원천기술은 미국과일본에 비해서 형편없습니다. 디지탈이네 IT기술이네 BT기술이네 시끄럽지만, 기본이 안되어있기때문에 여기저기서 잠깐 반짝거릴뿐, 길쭉하게 이끌어나갈만한 기술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할겁니다. 왜냐면요....
원천기술이란 연구개발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묵묵하고 정직하고 끈질기게 맨땅에 헤딩하는 연구개발을 하고 수없이 삽질하는 그런 아픔이 있고 난 후에 돌아오는게 원천기술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은 아날로그던 디지탈이던 뭐든지 그 "연구개발" 이란것을 하는 "자세" 가 완전히 틀렸습니다. 긴말 필요없습니다. 우리의 영웅 황우석교주가 잘 알려주지 않았습니까. 소위 한국최고라는곳에서 하는짓거리가 그모양인데, 할말없습니다.
현대차 개발실 가보면 오늘날 모든 엔지니어들이 사용하는 "족보" 같은 도면들이 있습니다. 바로 30년된 연필로 그려진 "미쓰비시자동차" 라고 씌여있는 설계도입니다. 뭔가 새로운것을 하려고 하지 않고, 항상 그 족보로 돌아갑니다. 뭐 당연하죠 현대차는 무조건 싸게 만들어야 하는것이 그네들의 지상임무이니까...
작년말 회사에서 회의중에 매켄지에서 준비한 어떤 보고서를 본적이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토픽의 보고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미국의 정부기관에서 의뢰했던것 같았습니다. 그 결론인즉, 향후 10년동안 World Manufacturing Sector 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다른 국가에 비교해서 가늠어보았는데, 약 20개국을 3세분류로 나눠서 미국에게 "가장 위협적인" , "근시일내 위협적이 될만한", "위협적이지 않은" 국가로 나눴더군요.
가장 위협적인... 에는 독일 일본 프랑스 대만 이렇게...
근시일내 위협적... 에는 중국 인도 이태리...
위협적이지 않은... 에 베트남 말레이지아와 함께 한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미국은 한국을 전혀 위협적인 경쟁국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미국이 넘 잘나서.. 난잘났고 넌못낫다 생각한다는것이 아니라...
그런 결론을 낼때까지 연구와 자료수집에 들어간 시간과 돈은 엄청날것이라는거죠. 이런 보고서가 어디 이거 하나뿐이겠습니까? 수백 수천개는 될겁니다. 즉 미국정부와 기업들이 엄청난 돈을 투자하면서 정보채취를 하고 있다는겁니다.
손자병법 어쩌고 하지 않아도... 이런 나라를 상대로 현정부가 어떻게 모두의 밥줄이 걸린 FTA 와 같은 중요한 협상을 한단 말입니까. 더 바랄것도 없이 그냥 나중에 하자고 미루고만 와줘도 너무 다행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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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첨 토론방베스트 올라가버렸네요.
몇가지만 더 얘기하고 싶어졌습니다.
원천기술/과학대국/어쩌고 이런 타이틀을 달고
싫으면 사지마 외칠수 있는 진짜실력을 갖추려면
"연구" 와 "공부" 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가장 시급한것 같습니다.
일본사람들 정말 변태적인만큼 작은것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간과하지 않습니다. 그네들은 치가 떨릴만큼 꼼꼼하고 작은 디테일에도 집착하는 성격은 뭔가를 "연구" 하는데 정말 유리하게 작용하는 성격입니다.
또
미국에 박사학위 유학중인 한국유학생의 80%의 돈줄을 대주는 미국기관이 있습니다... National Science Foundation 입니다... 공과 뿐 아니라 수학물리화학같은 돈안되는 기초과학의 말도 안되는(것처럼 보이는) 연구에도 돈을 물쓰듯 씁니다.. 한마디로 열개중 한개만 건져도 된다는 자세죠... 미국의 박사학위는 NSF 가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이론적으로 9 가 나와야 하는 실험에 8.7 이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1. 반올림하면 9 니까 성공했다.
2. 0.3 의 차이는 별로 의미가 없어보이니까 그만해도 되겠다.
3. 0.3 의 차이는 의미가 없어보이니까 그만하긴 하겠지만, 얼마나 의미가 없는것인지 정도는 알아봐야겠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선택하는순간 과학강국은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