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反정부인사 정치범 인정 송환 거절
[경향신문 2006-07-27 22:24]
베트남 정부가 폭탄 테러리스트로 지목해 인도해줄 것을 요구한 베트남 반정부 인사(경향신문 7월25일자 11면 보도)에 대해 법원이 ‘정치범’임을 이유로 인도를 거절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이 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요청을 거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고법 형사10부는 27일 베트남 등지에서 폭탄 테러를 주동한 혐의를 받고 있는 베트남인 우엔 후 창(55·사진)에 대한 범죄인 인도 심사에서 거절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베트남 정부가 제시한) 범죄인의 범행 경위 및 내용, 피해 규모, 범죄인이 속한 정치조직의 성격과 정치적 견해 등을 종합했을 때 정치범죄라 할 수 있다”며 “정치범은 ‘대한민국과 베트남 사이의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절대적 인도 거절 사유에 해당하므로 송환을 허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우엔과 관련됐다는 폭탄 테러는 모두 미수로 끝나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이 없어 거절의 예외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제조약도 고려했다. 한국이 가입한 ‘폭탄테러 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은 폭탄테러 범죄의 경우 정치적 동기에 의해 발생한 범죄로 간주하지 말고 범죄인을 인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베트남이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진행되는 심사에 적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엔은 베트남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후 미국으로 망명해 ‘자유민주주의 베트남 정부’를 만들어 활동했으며 지난 4월 사업상의 이유로 한국에 들어왔다 경찰에 체포됐다.
베트남 정부는 우엔을 1999년 호찌민 동상 폭탄테러 미수 사건, 2001년 태국 주재 베트남대사관 폭탄 테러 미수 사건의 배후 조종자로 지목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우엔이 결성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자유민주주의 정부 수립을 목적으로 한 정치기구이며 그가 미국에서 ‘베트남 국민당’도 이끌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우엔을 테러리스트가 아닌 정치범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이번 결정은 베트남과의 외교적 관계보다 ‘정치범 불인도 원칙’에 더 큰 비중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범 불인도 원칙은 정치범과 그와 관련된 범죄에 관한 범죄인의 인도청구는 거절해야 한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