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여전히 재벌총수들이 5%에 불과한 지분으로 자산 2조원 이상의 거대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삼성·현대자동차·SK그룹 등은 계열회사간의 ‘환상형 출자’(고리형 출자)나 금융회사를 통한 상호출자 같은 편법 지배구조로 공정한 시장 경쟁을 왜곡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벌 총수 ‘한줌 지분’ 여전=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집단 59개를 대상으로 지난 4월1일 기준 주식소유 현황을 파악한 결과,소유지배 괴리도(기업집단 전체 의결지분율에서 총수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의결권 지분율인 소유지분율을 뺀 수치)나 의결권 승수(의결지분율을 소유지분율로 나눈 수치)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유지배 괴리도가 크고 의결권 승수가 높을수록 총수 일가가 직접 소유한 현금지분(소유권)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정도가 심함을 뜻한다.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자산 2조원 이상·이하 상호제한 집단) 41개의 경우 소유지배 괴리도가 30.55%포인트로 지난해보다 0.66%포인트,의결권 승수는 6.71배로 0.07배 감소하는데 그쳤다.
총수가 있는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자산 6조원 이상·이하 출총 집단) 14개는 소유지배 괴리도가 31.28%포인트로 3.96%포인트나 감소했지만 이는 소유지배 괴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CJ(35.06%포인트),대림(30.99%포인트),하이트맥주(30.91%포인트) 등이 새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으로 출총 집단에 지정된 9개 그룹의 경우 소유지배 괴리도는 34.48%포인트로 0.76%포인트 주는데 그쳤고,의결권 승수는 8.61배로 되레 0.04배 증가했다. 소유지배 괴리도가 높은 기업집단은 동양(72.08%포인트),SK(34.11%포인트),STX(44.38%포인트),한화(46.37%포인트),두산(49.19%포인트) 등이다.
총수가 있는 상호제한 집단 41개는 총수 일가 지분이 5.04%이지만 계열회사 지분은 43.08%로 계열회사간 출자 등을 통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했다. 총수가 있는 출총 집단은 더 심각해 총수일가 지분이 3.67%(계열회사 지분 44.06%)에 불과했다. 총수 일가의 지분이 낮은 기업집단은 삼성(0.85%),SK(1.05%),하이트맥주(1.60%),현대(2.18%),한화(2.52%) 등이다.
의결권 유무에 상관 없이 총 발행주식을 기준으로 총수 일가가 1주도 보유하지 않은 계열회사는 상호제한 집단의 경우 전체 975개 계열회사 중 59.6%에 달하는 581개사였고,출총 집단은 463개사 중 60.9%인 282개사로 파악됐다.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61% ‘환상형 출자’=이번 정보공개에서 처음으로 조사된 환상형 출자 부분에서 대규모 기업집단들은 주요 계열사를 축으로 복잡한 출자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상형 출자란 ‘A→B→C→D→E→A’ 식으로 최초 주요 출자회사에 다시 출자가 돌아오는 출자구조를 말한다.
공정위 조사 결과 총수가 있는 상호제한 집단 41개 중 환상형 출자구조를 가진 기업집단은 36.6%인 15개에 불과하지만 이중 자산 6조원 이상 기업집단만 떼어내면 18개 중 61.1%에 달하는 11개 기업집단에서 환상형 출자구조를 갖고 있었다. 11개 기업집단은 삼성,현대자동차,SK,롯데,한진,현대중공업,한화,두산,동부,현대,대림 등이다.
또한 총수가 있는 상호제한 집단 41개 중 13개 기업집단에서 금융·보험 계열회사가 76개 계열회사에 2조3089억원을 출자해 평균 12.40%의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결국 금융·보험회사에 맡겨진 고객의 돈으로 환상형 출자나 순환출자,다단계 출자를 해 총수들이 그룹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동규 공정위 경쟁정책본부장은 “유럽의 경우 의결권 승수가 프랑스 1.06배,독일 1.17배,영국 1.12배 등의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매우 높다”며 “다음달중 시장개선 TFT에서 출자총액제한 제도 대안으로 환상형 출자 규제,공시 등을 통한 지배구조에 대한 적극적 시장공개 등 구체적 방법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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