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우리 산업의 속이 비어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안방 투자’에 등을 돌리고,외국 기업들은 공장을 세우기보다는 ‘먹고 튀는’ 인수합병(M&A)형 투자에 열중해 고용 없는 성장을 심화시키고 있다.
◇국내기업 ‘해외로’=삼성전자는 최근 4억달러를 투자해 싱가포르에 12인치 웨이퍼 생산공장을 세우고,2억4000만달러를 투입해 중국 쑤저우에 있는 LCD·반도체 모듈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기아자동차는 올해부터 슬로바키아 공장 건립에 9억6000만유로,2009년부터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 12억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현대자동차도 2008년부터 체코 공장에 10억유로를 투자하고,중국에 6억달러를 투자해 제 2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국내 기업들의 이같은 해외 직접투자는 올 상반기 70억8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38억7000만달러에 비해 무려 83.0%나 늘었다. 해외 직접투자는 2003년 59억3000만달러에서 2004년 80억6000만달러,지난해 91억7000만달러로 매년 치솟고 있다.
반면 기업들의 국내 설비투자 지수(2000년 100 기준)는 지난 3월 122.4로 정점을 기록한 뒤 4월 109.2,5월 110.9,6월 108.9 등으로 주춤하고 있다. 설비투자 지수는 기계수주,공장설비 확장 등을 포괄해 기업들의 투자 관련 움직임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기업들은 앞으로도 투자하려는 의사가 별로 없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서울에 있는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계획을 물은 결과,61.6%가 하반기 투자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현지화,해외자원개발 등을 위해 바람직한 면이 있지만 최근 들어 급격하게 해외 투자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이는 기업규제,반기업정서,경직된 노사관계,고임금,정부의 정책 혼선까지 합쳐진 그야말로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종합판”이라고 진단했다.
◇‘단물’만 빼먹는 외국인=국내 시장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공장·사업장 설립으로 고용 유발·후속 투자 효과를 내는 ‘그린필드(Green-field)형’보다 지분을 사들이거나 경영권을 인수한 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내는 ‘M&A형’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국인직접 투자(27억700만달러) 중 M&A형 투자 비중은 52.5%(18억6000만달러)로,그린필드형 투자를 처음으로 웃돌았다.M&A형 투자비중은 지난 2003년 45.5%(29억4300만달러),2004년 48.2%(61억6800만달러),지난해 45.6%(52억6800만달러) 등으로 그린필드형 투자보다는 낮았다.
전체 외국인 직접 투자도 급감했다. 외국인 직접 투자액은 2003년 64억6900만달러,2004년 127억8800만달러,지난해 115억6400만달러였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27억700만달러에 그치며 지난해의 절반 수준을 한참 밑돌았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고용 기여도는 2004년 기준 6.2%로 전년의 6.6%보다 떨어졌으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