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런(陳冠任) (공산당 중앙당 학교 연구원)이
쓴 "세계각국의 상인"중
제1부 ‘아시아 상인’ 중에서 제2절 ‘한국상인’ 부분에서 일부 옮김
중국인이 '만만디'라면 한국인은 '빨리 빨리'다.
한국을 다녀온 대부분의 중국인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빨리 빨리'와 '미치겠다'라고 증언한다.
따지고보면 '미치겠다'도 '빨리 빨리'가 욕심대로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나오는 탄식이다.
한국에서 골프는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대중스포츠다.
중국 진출에 웬만큼 터전이 잡힌 한국상인이 제일 즐기는 운동도 골프다.
사업관계로 중국의 기업가나 관리들과 함께 골프를 치기도 하는데
한국상인들은 그때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한국인골퍼는 대개가 '빨리 빨리 플레이어'들로서 '만만디'
중국인의 자기본위의 '슬로우 플레이어'에 울화통이 터진다.
티잉그라운드에서 어드레스할 때부터 퍼팅라인을 읽고
퍼팅을 할 때까지 '3인분' '4인분'의 시간을 축내는 중국인 골퍼도 있다며
한국상인은 미간을 있는 대로 찌푸린다.
한국인을 영어로 KOREAN으로 부른다. 그런데 KOREAN에는 '한국인'이라는 뜻
자체에다가 성격이 조급한 한국인이라는 부수적의 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늘 조용하고 안달내지 않고 여유만만한 한국인이 있다면
서양인은 아마 "당신 정말 한국인 맞아?"라고 물을 것이다.
한국인은 영국인보다 1분에 15발걸음을 더 걷는다는 통계조사도 나와 있는 판이다.
1990년 5월 7일자 서울의 한 일간지는 "동대문 지하철역에서
전철이 10여분 늦게 출발했다고 이를 참지 못한
시민들이 전철 창문 15장을 깨뜨렸다"라고 보도하였다.
한국인은 승강기를 타더라도 승강기의 자동문이 여닫는 몇 초를 기다리지 못한다.
끊임없이 승강기의 단추를 누른다.
식당이나 호텔에서도
한국인은 주문한 음식이 5분만 늦게 나와도
종업원에게 벼락같이 소리를 지르며 핏대를 올린다.
한국의 성인 대부분은 자신의 승용차를 자신이 운전한다.
앞차가 조금만 느리게 가면 연신 클락숀을 누른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운전자는 차 흐름이 지체되면 그새를 참지 못한다.
요리조리 차 틈새로 끼여들어 곡예운전을 한다.
'빨리 빨리' 한국인도 원래는 중국인 못지않게 느긋한 성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압축성장', '고속성장'이라는 산업화과정을 거치면서 체질이 바뀐 것이다.
1960년대 초, 박정희 정권은 국인에게 하루빨리 성공하고 싶은 절박감을 촉발시켰다.
또 그런 심리를 이용하여 경제를 하늘 높이 비약케 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만만디 트랩'을 과신 말라
CCPIT 베이징 분회의 로고.
CCPIT 베이징 분회의 한국 팀장 장웨이리(張偉力)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상인은 오늘 협상하면 내일 계약하고 모레는 개업하려든다.
그들은 마치 처음 만나는 상대와 거래가
꼭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강박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당혹스럽지만 빨리 성과를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상인의 조급성을 잘 알고 대처하면 그들처럼 손쉬운 외국상인은 없을 것이다."
한국상인은 '만만디' 중국상인을 답답하게 여기는 반면 중국상인은
'빨리 빨리' 한국상인에 얼이 빠진다.
한국상인은 세밀하고 차분한 시장조사와 사업타당성
심사과정은 생략한 채 우선 일을 저질러 놓고 보는 경향이 있다.
조급성은 본래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사업도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것처럼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중국에서 한국상인은 말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 성사된 일은 적다.
두 나라 상인은 비록 동일한 사물과 동일한 사업이라 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인식과 착수와 달성의 과정에서 느끼는 속도감은 판이하게 다르다.
따라서 한국상인과의 거래나 협상 시
중국인은 그들의 조급성을 모르는 체 하는 게 상수다.
지연작전을 쓰고 시간을 질질 끌고 가라.
성격 급한 그들은 분통이 터지고
제풀에 겨워 억장이 무너지고 드디어는 백기를 들고 말 것이다.
이것에 버금가는 것으로는 한국상인의 말을 모두 듣고
일단 되는 쪽으로 답변을 한 후 나중 일은
나중에 검토하는 수법이 있는데 소기의 목적을 쉽게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상인의 '빨리 빨리'는 약점만이 아니라
최대의 강점이기도 하다.
빠르면 살고 느리면 죽는 시간전쟁의 세기. 21세기에는 '
빨리 빨리'야말로 한국상인이 보유한 경쟁력의 원천이다.
더구나 '빨리 빨리'와 함께 '미리미리'라는
비장의 무기를 함께 갖춘 한국상인도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모든 한국상인을 '만만디'로만 대처하면
만사 오케이라고 방심하다간 망하기 십상이라는 말이다.
'빨리 빨리'에 대한 '만만디'는 축구에서의
상대방의 속공에 대한 오프사이드 트랩에 비유된다.
그렇지만 오프사이드도 잘못쓰면 오히려 순식간에 위기에 몰리게 된다. '
빨리 빨리'와 '미리 미리'를 겸비한 한국상인은 볼을 패스하지 않고
단독 드리블로 눈 깜짝할 새에 골문 앞까지
몰고가 일순에 '만만디(오프사이드) 트랩'을 파괴해버리기도 한다.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알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