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 러시아 법원은 8일 한국 기업에 고급 기밀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돼 재판을 받아온 오스카르 카이비셰프(67) 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초(超)유연금속연구소장에 대해 집행유예 6년을 선고했다고 러시아 언론이 보도했다.
러시아 중부 바쉬키리공화국 대법원은 이날 카이비셰프에 대한 검찰측 기소내용인 형법상 자금횡령 및 부정지출, 이중기술 불법이전, 직위남용, 서류위조 등 4가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집행유예 6년 외에도 카이비셰프가 3년동안 과학연구소를 맡을 수 없으며, 351만8천루블(13만달러)의 벌금을 납부하라고 판시했다.
카이비셰프 변호인측은 즉각 러시아 대법원에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바쉬키리공화국 검찰도 판결 내용이 구형량인 징역 10년형에 크게 모자란다면서 소를 다시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카이비셰프가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기술과 기밀 자료를 한국타이어의 자동차휠 제조계열사인 ㈜ASA에 불법적으로 제공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바쉬키리 지부는 2003년 3월부터 카이비셰프에 대한 조사를 벌여 그가 한국 기업에 기밀기술을 불법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포착한 뒤 사안을 검찰에 넘겼다.
러시아 당국은 카이비셰프가 제공한 기술이 금속의 유연성과 강도를 크게 높이는 것으로 한국이 이를 우주항공 프로그램에 적용할 것을 우려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카이비셰프는 그동안 ASA에 제공한 기술은 이미 공개된 내용으로서 러시아 당국의 승인을 받아 합법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재판정에서 "FSB와 경제개발통상부의 승인하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는데 왜 나만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카이비셰프는 지난해 1월 기소된 지 사흘 만에 금속연구소장직에서 해임됐으며, 러시아 학계는 검찰 기소가 외국 기업과의 협력을 막기 위한 위협적인 조치라고 반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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