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을 열고] 물통색깔로 인종 식별하는 이스라엘
[매일경제 2006-08-10 16:17]
광고
우리가 흔히 유대인의 국가라고 생각하기 쉬운 이스라엘은 사실 650만 인구 중 77%는 유대인이, 23%는 아랍인들이 차지하는 일종의 다민족 국가다. 이스라엘 건국 때와 4차에 걸친 중동전쟁으로 많은 아랍인들이 고향을 떠나서 이주당했다. 나사렛과 같은 원래 아랍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에는 이스라엘 국적을 주며 강력한 동화정책을 폈다.
이스라엘 전체는 ABC지구로 나눌 수 있는데 A지구는 가자나 여리고 같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할지역으로 여기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스라엘 국적이 없다. B지역은 예루살렘, 나사렛과 같이 아랍인들과 유대인들이 같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이 지역에 거주하는 아랍사람들은 이스라엘 국적을 가지고 있다. C지역은 텔아비브와 같이 완전 유대인들만 거주하는 지역이다.
그런데 이 B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관찰력이 있는 사람들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마을에는 옥상 위에 하얀 물통들이 있고 또 다른 어떤 마을에는 옥상 위에 검은 물통들이 있는 것이다. 필자도 여기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의문은 얼마 전에 풀렸다. 즉 이스라엘 정부가 법령을 제정해 유대인들이 사는 집 위에는 흰 물통을 그리고 아랍인들이 사는 집 위에는 검은 물통을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같은 이스라엘 국적을 가지고 있으며, 투표권을 행사하고 이스라엘 국회의원을 배출하기도 하는 B지역이지만 이 B지역의 아랍인들은 같은 아랍인들에게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군대에 갈 수 없다. 따라서 군경력을 상당히 중요시하는 이스라엘 사회에서 좋은 직장을 가지기도 힘들다고 한다.
또한 같은 아랍인들이 사는 A지역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배신자로 여겨지며, 유대인들에게는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되어 다른 색깔의 물통을 설치해야 한다. 유사시에는 공중에서 물통 색깔로 유대인들과 아랍인들의 거주지구를 쉽게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통의 비밀(?)을 알게 되며 항상 최후의 안전장치를 두는 유대인들의 치밀함에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 검은 물통과 흰 물통은 목적이 어떻든 간에 일종의 차별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텔아비브 = 청년무역인 김동준]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