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② 뉴저지 베스트바이의 ‘백색가전 각축전>’한국가전, 10년만에 ‘싸구려 → 명품’ 변신
[문화일보 2006-08-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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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는 美 유통점서‘월풀’보다 300달러 비싸::) 지난 8일 오후 2시쯤 미국 뉴저지주 파라무 스 팬션센터몰 스테이트 루트 17번지에 위치한 전자제품 유통점 베스트바이. 미국전역에 걸쳐있는 700여개 베스트바이 지점중 하 나다.
운동장 만한 널찍한 매장엔 전세계 각종 브랜드들이 가득 진열돼 있었다. 매장 한 복판에 있는 백색가전 코너를 찾았다. 사람들 의 눈에 가장 잘 띄는 중앙 진열대는 LG전자 제품들의 독무대였 다. 첫줄에는 LG세탁기 14대, 두번째 줄에는 LG냉장고 14대가 주 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슴에 레이라는 이름의 명찰을 달고 있는 베스트바이 직원은 “ 요즘은 아예 처음부터 LG의 특정 모델을 원하며 찾아오는 사람들 이 부쩍 늘고 있다”며 “특히 냉장고와 세탁기의 경우 하루 팔 리는 물량의 절반 이상이 LG제품”이라고 전했다.
다음 칸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월풀, 메이텍 등 아직까지 일부 우 리나라 사람들이 선망하는 이른바 ‘미제 물건’들이 진열돼 있 었다. 그러나 막상 월풀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한국산 냉장고의 경쟁력에 밀리고 있었다. 레이는 “월풀의 양문형 신모델 냉장 고인 콩퀘스트가 1599달러에 나왔다”며 “이는 동급의 LG 양문 형 냉장고보다 300달러나 싼 가격”이라고 말했다.
미국시장에서 전쟁을 치르는 우리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은 가격경쟁이다. 각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출혈 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쟁적으로 값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 록 떨어지는 환율은 우리 기업들이 안고 있는‘설상가상’의 고 민거리다.
베스트바이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홈데포(뉴저지주 파라무스 904번지). 미국전역에 1600여개의 지점을 두고 있는 세 계 최대 주택관련 용품 유통점 중 하나다. 매장 한 가운데에 있 는 가전 코너를 찾았다. 미드나이트 블루(짙은 청색) 색깔의 세 탁기가 진열대 첫줄을 차지하고 있었다. LG전자의 트롬 세탁기였 다. 가격표를 들여다 보았다.
‘LG트롬 세탁기 1599달러, 건조기 1199달러.’ LG 세탁기 뒤쪽으로 메이텍 세탁기와 건조기가 놓여 있었다. 아 직도 많은 한국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이른바 ‘미제 명품 세탁 기’ 였다. 가격표를 살펴보았다.
‘메이텍 세탁기 899달러, 건조기 699달러.’ 그 옆으로는 449달 러 가격표가 붙어있는 아도라 세탁기와 279달러 짜리인 GE 세탁 기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발걸음을 냉장고 진열대 쪽으로 돌렸다. LG전자의 최신 야심작인 3도어형 프렌치 도어 냉장고가 2499달러라는 가격표를 달고 전 면에 놓여 있었다. 같은 용량(25큐빅)의 메이텍 제품을 찾아 가 격표를 들여다 보았더니 2399달러였다. 세일즈 스페셜리스트 코 리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한 직원은 “시장의 주요 경쟁기업들은 제품을 내놓을때마다 가격 책정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다” 고 말했다.
이같은 경쟁업체들의 가격인하 경쟁에도 불구하고 한국 제품들은 미국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었다. 코리에게 최근 가장 인기 좋은 브랜드가 뭐냐고 물었다. 코리는 “GE나 메이텍 제품들보 다 LG전자 제품이 훨씬 많이 팔린다”며 “LG 세탁기의 경우 재 고가 달릴 정도”라고 말했다.
코리는 LG 세탁기는 749~1600달러대의 프리미엄 제품들만 나오고 있다”며 “기존의 미국 브랜드들에 비해 아직까지 지명도도 낮 은데다 가격까지 높게 내놓고 있지만 일단 제품을 비교해본 소비 자들은 LG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LG’의 이미지가 미국시장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LG브랜드로 미국 땅을 밟은 지 불과 5년만의 일이다. 20 00년대 초반 LG 브랜드를 처음 미국시장에 내놓는 작업을 주도했 던 LG전자 북미지역총괄의 권순황 상무는 “골드스타의 싸구려 이미지를 완전히 극복했다”며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여주 었다.
“미국의 전국 유통망들을 처음 뚫을 때 참 고생을 많이 했습니 다. 처음 베스트바이 유통망을 개척하기 위해 미네소타 미네아폴 리스를 찾았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당시 영하 20도를 밑 돌던 강추위가 닥쳤던 때입니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을 20여대씩 싣고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베스트바이 관계자들을 쫓아다 녔습니다. 처음엔 만나주려고 조차 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당시와 비교하면 ‘칙사대접’을 받는 셈이지요.”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아직도 세계적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안은 채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 권 상무 는 “지난해 10월 미국인 1만60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LG브 랜드를 알고 있는 사람이 65%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지속적인 프리미엄 정책으로 LG브랜드가 혁신적이고, 젊은 브랜 드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저지 = 박상주기자 sj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