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칼럼] 급변하는 세계 경제질서 [SBS TV 2006-08-18 22:01]
<8뉴스>
세계 정세가 어수선합니다.
이라크는 사실상 내전 상태이고, 일단 휴전은 했지만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중동 지역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국제 경제정세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달에는 WTO, 즉 세계무역기구의 도하 라운드 협상이 붕괴되었습니다.
이는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남아공 등을 중심으로 후진국들이 단결하여 선진국들의 일방주의에 제동을 걸고 나온 결과입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변화들은 미국 중심의 세계체제가 붕괴할 조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초 사회주의권이 붕괴하고 독일과 일본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미국이 홀로 지배하는 단극화 체제가 성립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가 급성장하고, 다른 후진국들도 기존 세계질서에 맞서 뭉치기 시작하면서 국제무대에서 후진국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푸틴 대통령의 민족주의적 정책 하에 경제를 재건하기 시작하였고, 국제정치적으로도 미국과 대립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유럽통합의 결과, 유럽은 미국과 맞먹는 경제규모와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유로화라는 화폐를 가진 주요경제권으로 부상하였습니다.
반면에 10여 년 간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제는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역사상 유례 없는 가계저축의 완전 증발, 부동산 시장 거품의 붕괴 등으로 많은 불안 요인을 안고 있습니다.
국제정치적으로도 미국은 중동 정책의 실패로 인해 점점 고립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정부는 미국 중심의 단극화 체제가 계속된다는 전제하에 소위 "친미-자주" 노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국제 경제·정치 질서의 변화는 이러한 전략이 얼마나 근시안적인가를 보여줍니다.
기울어져 가는 미국 중심의 구질서에 집착하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다극화된 국제질서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장하준/케임브리지 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