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땅뺏긴 4천만 농민들 ‘끓는 분노’
토지를 불법으로 빼앗긴 중국 농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의 한 조선족 농민이 지방 당간부에게 토지를 불법으로 빼앗겼다며 25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다 연행됐다.
조선족 임종길씨(55)는 쌀농사로 유명한 우창(五常)시에 살고 있는 농민으로 이날 오전 11시쯤 억울한 사연을 담은 유인물을 기자들에게 나눠주다 5분 만에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는 식량증산에 기여한 공로로 1988년 받은 전국 모범노동자 훈장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임씨는 83년 불하받은 황무지를 개간해 농경지 17만평을 만들어 쌀농사를 지었으나 99년 우창시 당 간부들에게 불법으로 빼앗겼고, 당 간부들은 이 땅을 자신들의 친인척들에게 넘겨주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행되면서 “공산당 지방 관리들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며 “인민의 재산을 누가 지켜줄 것이냐”고 소리쳤다.
토지 문제로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임씨만이 아니다. 4천만명으로 추산되는 중국의 농민들이 정든 토지를 지방정부에 헐값으로 넘기거나 강제로 빼앗긴 채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베이징에 올라와 억울함을 호소한 지방 사람들의 80%가 불법으로 토지를 빼앗긴 사연을 호소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지방정부의 토지 무단 점유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관리들은 “아래를 보면 땅이 보이고, 위를 보면 돈이 보인다”는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로 농민들의 땅을 헐값이나 무단으로 빼앗아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넘기거나 자신들의 친척에게 넘기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
쓰촨(四川)성 쯔궁(子貢)시 농민대표 류정여우(劉正有·53)는 시 당국이 10여년전 개발구를 조성하면서 농민 토지 3백만평을 무단으로 징발했다며 제네바 국제인권회의에 참석해 이를 호소하려다 지난 6월18일 베이징 셔우두(首都)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중국 국토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5월말 현재 불법 토지 점유 건수는 2만5천1백50여건, 면적 1만2천2백40여ha에 이른다. 전년 동기 대비 20%가 늘었다. 99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전역에서 발생한 불법 토지 점유 행위는 1백여만건, 면적은 10억평에 이른다.
홍콩의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 최근호는 ‘분노의 토지’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통해 중국 지방정부의 농지 무단 징발 사례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인표특파원iphong@kyunghyang.com〉
[ 기사제공 ] 경향신문 | 경향신문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