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영욱.이현상] 국제 동시 여론 조사 결과 우리 사회의 반(反)기업.반(反)시장 정서가 한.중.일 세 나라 가운데 가장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3년 전 비슷한 조사와 마찬가지 결과로 기업활동에 대한 한국 내 부정적 인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잘 입증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지나친 요구와 정부 규제 등이 족쇄로 작용해 기업하기 편한 환경에선 한국이 3국 중 가장 조악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 내용은 중앙일보 주관으로 7~8월 두 달간 한.중.일 세 나라 국민을 상대로 자국의 '기업 및 경제활동 인식'을 설문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조사 대상은 서울 시민과 도쿄 도민 1000명씩과 베이징 시민 500명 등 2500명이었다.
중앙일보는 3년여 전인 2003년 3월 이들 세 나라 국민을 상대로 유사한 내용의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의 반기업 정서는 자본주의.시장경제 시스템이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보다 심했다. 반면 중소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한국이 가장 높고 중국이 가장 낮았다.
한국에서 기업은 '사회적 공기(公器)'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했다. 3년 전 조사 때도 기업 존립의 최우선 목적을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둔 응답 비중이 3국 중 가장 컸다.
반면 일본인들은 '근로자의 복지와 발전', 중국인들은 '기업의 이익과 발전'을 가장 중시했다. 이와 관련,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더 강화하고 대기업 오너들이 자기 재산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할 것을 원한다는 응답 비중이 한국에서 가장 컸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황인학 연구조정실장은 "한국 사회가 대기업에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경향이 있다"며 "오너의 경영권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고 경영 감시의 눈길이 유독 많은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 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체감하는 기업 경영 여건도 한국이 3개국 중 최악이었다. 나쁜 정도는 오히려 3년 전보다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하기 힘든 이유로 한국민들은 강경 노조를 첫손에 꼽았다. 3년 전 으뜸 원인이던 정부 규제는 이번 조사에선 두 번째로 밀렸다.
한편 한국의 경우 77.6%가 '삼성이 자랑스럽다'고 답해 재벌에 비판적이면서 자부심을 갖는 이중적 태도를 엿보게 했다.
김영욱.이현상 기자 young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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