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개발된 신종 매춘 수법은 곧바로 미국에 ‘수출’됩니다.”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한 한국인 대리운전사는 이런 말과 함께 최근 미국에서 성행하는 한국인 성매매 업소의 형태로 ‘방석집’을 꼽았다.
옛날 한국의 요정 같은 것이냐고 묻자 “성매매 특별법 이후 서울 주택가로 침투한 ‘재택 성매매’와 흡사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주택가에 방을 얻어 놓고 은밀히 손님에게 간단한 술과 성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한인 성매매 업소들이 양적, 질적으로 급팽창하고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의 자료에 따르면 한인 성매매 업소는 ‘방석집’ 외에도 ‘마사지 팔러’ 등의 간판을 내걸고 위장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업소의 90% 이상은 한국인이 주인이다.
성매매 근절을 위한 미 민간단체 ‘폴라리스 프로젝트’의 조사에 따르면 워싱턴 일대에만 85곳의 마사지 팔러가 영업 중이다. 이 단체는 미국 내에 최소한 1000여 개의 한인 매춘업소가 영업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의 티머시 림 교수는 ‘캐나다를 통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한인 여성이 매월 400∼500명에 이르며, 이 중 절반가량이 매춘을 하고 있다’는 미 정부 자료를 인용해 “미국 내 한인 성매매 종사자가 5000명을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역적으로도 미 동부, 서부를 가리지 않는다. 로스앤젤레스 교민 김모(54) 씨는 “한인타운 근처 공중전화 부스에 가면 한인 여성의 전화번호가 적힌 전단지가 널려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한 보고서에서 “로스앤젤레스의 불법 성매매 종사 한인 여성이 200∼300명에 이르며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여성까지 합치면 1000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성매매 특별법 이후 갈 곳이 없어진 여성들이 ‘미국에 가면 한 달에 2000만∼3000만 원은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카페나 주변 사람들의 유혹에 빠져 온다”며 “대부분 미 서부지역에서 성매매를 하다 동부로 옮겨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 수사당국은 근본적으로 한인 성매매를 인신매매 및 인권유린 문제로 보고 있다. 특히 업주와 모집 알선 운송 자금책으로 조직화되고 있으며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시각이다. 최근 이민세관국(ICE)이 작성한 수사보고서는 한국인 성매매의 실태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 있는 모집책이 가족의 부양을 원하는 여성을 모집해 여비 및 제반 비용 마련해 줌→가짜 여권과 비자를 만들어 주거나 캐나다, 멕시코 국경을 통한 밀입국 알선→한국 여성들은 이 과정에서 수만 달러의 큰 빚을 지게 됨→수송책 및 업주의 감시를 받으며 성매매에 종사→업주 감시 하에 여권을 빼앗긴 채 수입은 빚 청산에 쓰이고, 도주를 시도하면 불법 체류 사실을 고발하겠다는 위협과 함께 때로는 한국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협박까지 받는다.”그러나 본보가 인터뷰한 성매매 여성들은 “여권을 빼앗긴다거나 감금을 당하는 것은 미국에 오는 비용 전체를 빚진 경우에만 해당하는데 그런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들 여성은 “방석집 고객은 한국인이 많지만 마사지 팔러 같은 업소는 고객의 95%가량이 현지인”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