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 한국인 30대 남성이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관저 뒤쪽 철제 난간을 넘어 보안구역으로 침입했다가 체포됐다.
주영한국대사관의 이상식 경찰주재관은 2일 나이 32세, 이름 이병진이라는 한국 남성이 부엌 칼을 소지한 채 총리관저 뒤쪽 보안구역을 침입했다 경찰과 난투 끝에 체포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런던경찰청 대변인은 "1일 밤 10시35분쯤 한 남자가 다우닝가 관저 뒤쪽 L자형 도로에서 체포됐다"며 당시 블레어 총리는 관저에 있었지만 전혀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고, 안전에 아무런 위협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남자는 6피트 높이 철제 난간을 넘어 보안구역으로 들어오자마자 경찰의 제지를 받아 난투를 벌인 끝에 바로 체포돼 런던시내 중심부 한 경찰서로 이송됐다. 이 남자는 칼을 소지하고만 있었을 뿐 칼로 경찰을 위협하거나 휘두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남자는 경찰의 조사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정신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의사의 검진을 받았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경찰은 이 사건이 테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이 보도된 후 런던경찰청과 접촉한 이 경찰주재관은 "문제의 남성이 런던 경찰에게 자신이 한국인 이병진이라고 신원을 밝혔다고 들었다"며 "그가 무슨 동기에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주재관은 이 한국 남성이 여권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이름과 나이만을 런던 경찰에서 밝혔기 때문에 구체적인 신원을 알 수 없다며 정황으로 볼 때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불법체류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 남자는 3일 오전 경찰관 폭행, 흉기 소지 등의 혐의로 런던 웨스트민스터 치안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주영한국대사관측은 3일 치안재판소에 직접 가서 이 남자의 구체적인 신원과 사건 경위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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