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한경BP 펴냄)가 출판계 추문거리로 전락했다. 유명 아나운서 정지영씨를 번역자로 내세웠지만 진짜 번역자는 따로 있다는 대리번역 의혹이 짙은 이번 사건은 출판사가 책 판매에만 집착해 출판윤리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낳고 있다. 관련 실태와 대안에 대한 궁금증이 늘고 있다.
대필 작가, 선진국처럼 밝혀야 유명 정치인부터 인기 연예인까지, 거의 대부분의 유명인사들의 자서전이나 수기는 “100% 대필로 봐야 한다”는 게 출판계의 ‘정설’처럼 돼 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별반 다를 바 없다지만, 주요 출판 선진국들에서는 책의 서지사항에, 저술에 참여한 대필 작가들의 이름을 함께 밝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전문가가 쓰는 대중적인 책에도 글쓰기에 동참한 전업작가들의 이름을 공저자로 함께 표기한다.
국내에 번역된 <괴짜 경제학>도 책의 내용을 맡은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 교수와 본문 작성을 맡은 칼럼니스트 스티븐 더브너가 공저자로 돼 있다. <겅호>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등으로 유명한 경영관리와 인간관계 전문가 켄 블렌차드의 책은 집필을 도와준 전문작가의 이름을 대부분 밝혀 놓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대필 작가를 밝히는 법이 거의 없다. 출판칼럼니스트 한미화씨는 “전업작가가 글쓰기를 맡는 것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점에서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며, “오히려 공저자를 밝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저작물의 수준을 높이고 책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목과 표지는 베끼는 사람이 임자? 어떤 제목이 히트치면 여러 출판사가 비슷한 제목의 책을 펴내는 일이 일상화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서점 알라딘 사이트에서는 한 네티즌이 표절로 의심받는 여러 책들의 표지를 보여주면서 ‘도둑질인지 아닌지’ 찬반 투표까지 벌이고 있다. 의심이 집중되는 책은, 2000년 베스트셀러였던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와 제목과 표지 디자인이 거의 흡사한 <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강인선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이다.(사진 참조)
이런 제목 베끼기는 관행처럼 여겨질 지경이다.(<한겨레> 3월31일치 참조) ‘바보들은 항상 ~라고 한다’의 경우 여러 출판사에서 모두 16종의 책이 나와 있고, ‘하루만에 ~하는 ~책’은 10여개 출판사 책들이 이 제목을 쓰고 있다.
유명 작품 그림으로 베끼는 신종 표지 표절 <마시멜로 이야기>와 함께 올해 가장 성공한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이레출판사의 <인생수업>은 내용 못잖게 강렬한 표지 그림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을 듣는다. 소녀 앞에 코끼리가 엎드린 독특한 표지 그림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그레고리 콜버트의 대표작을 거의 그대로 베껴그린 것으로, 원서에는 없던 것을 이레쪽이 편집과정에서 집어넣은 것이다.(사진 참조)
비록 책 앞쪽에 조그많게 콜버트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삽화를 새로 그렸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표지 그림을 비롯 책 안의 삽화들까지 모두 콜버트의 사진을 그림으로 바꾼 수준이어서 사실상 표절이라고 출판계는 보고 있다.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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