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상 선진국 진입은 분명
이젠 부패·교육·노사문제 등 후진적 부문 개선에 치중해야
한국은 선진국인가? 어느 언론인은 한국이 무슨 선진국이냐고 화를 내기도 하고, 반면 어느 주한 외국인 상공회의소 대표는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는데도 한국인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국은 진정으로 선진국이 되었는가? 선진국이 되었다면 그 판단기준은 무엇인가?
세계은행은 1인당 국민소득(GNI)을 기준으로 해 선진국 여부를 판단하는데, 2001년부터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렇다면 석유 수출로 한국보다 1인당 소득이 많은 쿠웨이트도 선진국인가? 그렇지는 않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소득기준에 더해 국민이 얼마나 건강하게 사는지, 문맹률은 어느 정도인지를 아울러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 세 가지를 하나의 지표로 만든 인간개발지수를 기준으로 해 선·후진국 여부를 가려낸다. 이 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선진국 기준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선·후진국 판단 요소로 민주화와 시장경제체제도 중요하다. 그래서 선진국클럽이라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소득·민주화·시장경제체제의 세 가지 요건을 가입 조건으로 하고 있다. OECD는 한국이 1990년대 중반 이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판단해 96년에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이외에도 경제구조를 보고 선·후진국을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구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총생산(GDP) 중 농업과 도시인구의 비중이다. 농업 비중은 선진국 평균이 2%인데 한국은 3%이고, 도시인구 비중은 선진국 평균이 78%인데 한국은 81%다. 오히려 한국이 더 높다(세계은행 『2007년 경제지표』).
한국은 기업이나 제품의 경쟁력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세계 3대 조선회사는 모두 한국 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3개의 건설에 모두 참여한 기업도 한국 기업, 삼성이다.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휴대전화·에어컨·TV·철강 등의 생산에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경쟁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다. 자동차·선박·비행기 등 인간이 가장 중시하는 공산품은 이미 많은 선진국보다 더 잘 만들고 있다.
경영학의 시조 피터 드러커는 한국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미 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버금간다고 했다. 그는 서구 선진국이 250년 이상, 일본이 130년 이상 걸쳐 이룩한 산업화를 한국은 불과 30~40년 만에 이룩했다고 했다. 산업화를 이미 마치고 선진국이 됐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처럼 이미 선진국이 되었지만, 요즘 신문에 오르내리는 부정부패, 노사 문제, 교육 문제 등을 보면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는 사실이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사실 일류 선진국이 되려면 수많은 요인이 다 잘되어야 한다. 사회지표 개념에 따르면 13개 부문 489개가 다 잘되어야 한다. 통계청은 이 많은 사회지표들을 79년 이래 매년 작성해 오고 있다. 그중 우리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이 전 세계 1500명의 기업 경영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책 불안, 관료의 비효율성, 금융 문제, 노동법 문제, 조세 문제, 부패, 범죄 등이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이미 2004년 2만 달러, 전체 경제규모는 2005년 1조 달러를 넘어서 256개국 중 11대 경제대국이 되었다. 한국은 계속 후진국이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많은 점에서 이미 선진국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문제가 되고 있는 부문들을 빨리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선진국임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게 정치·사회·경제를 만들어 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