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호주는 국토는 넓지만 인구가 많지 않은 나라다. 한반도의 35배나 되는 땅덩어리에 한국 인국의 1/4 약간 넘는 2,200만 명이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호주는 인구에 비해 아주 놀라운 업적을 많이 이룬 나라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거둔 각종 기록들은 경이로울 정도다. 호주는 직전 올림픽인 아테네올림픽에서 국가별 메달획득 순위 4위를 기록했다.
비단 스포츠뿐만이 아니다. 호주는 각종 예술분야에서도 큰 업적을 이루었고, 과학 등의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호주의 노벨상 수상 기록을 봐도 금방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호주는 역사가 220년 남짓한 신출내기 나라가 아니던가.
호주가 자랑하는 것 중의 하나가 '세대연구(generation research)가 아주 활발하고, 연구실적도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호주가 세대연구에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연령대 별로 각 세대의 특성을 연구하면 미래의 사회 현상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 대상은 베이비붐세대, X세대, Y세대, Z세대 등이다.
최초의 컬러TV와 비틀스, 미니스커트와 영화 <졸업>, 베트남전쟁이 베이비붐세대의 목록이다. 반면에 X세대는 개인컴퓨터와 영화 <ET>의 세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Y세대는 인터넷과 리얼리티 TV, 그리고 9.11테러 뉴스를 지켜본 세대다. Z세대의 목록은 현재 진행 중이다.
시드니에 있는 맥크린들 연구소는 호주 세대 연구의 메카 같은 곳이다. 이곳의 제프 길링(39) 연구부장이 최근 한국 10대와 호주 10대를 비교하는 분석을 내놓아, 이틀 동안 그를 인터뷰했다.
한국의 10대는 돌연변이?
호주에서는 Z세대를 '풍요롭지만 잊힌 세대'로 규정한다. 그들을 '잊힌 세대'로 규정한 것은 세상으로부터 단절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호주 정신의학 연구의 권위자인 시드니 대학교 이안 히키 박사는 "Z세대는 신체적으로 아주 건강하지만 정신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그들을 '새로운 침묵의 세대'로 규정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에 그 침묵을 깨트린 '돌연변이 Z세대'가 한국에서 출현했다. 침묵하는 대신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 것. 그렇다면 한국의 10대들은 누구인가? 정말로 돌연변이인가??다음은 제프 길링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알파벳이 Z로 끝나는데 그 다음 세대는 뭐라고 이름 붙일 것 같은가? 그리고 Z세대는 언제까지인가?
"Z세대 다음은 아마 '알파세대(A1)'쯤 되지 않을까 싶다."
- 한국 10대들의 촛불 시위 뉴스를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한마디로 경이로웠다. Z세대가 포함된 10대들이 국가적 문제를 놓고 시위를 벌인 건 전 세계적으로 살펴봐도 아주 드문 사례다. 물론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 등의 큰 주제를 놓고 10대들이 시위를 벌인 사례는 있다. 하지만 그들은 시위를 주도한 그룹이 아니고 극히 소수의 별쭝난 10대들이었다."
- 2007년 11월 시드니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담 당시 호주 10대들이 반(反)부시 시위를 벌이지 않았나.
"그렇다. 그러나 그들도 소수였다. 또한 반부시 시위보다는 환경 파괴 반대 시위에 더 열을 올렸다. 단언하기 어렵지만, 그들이 미래를 살아야할 세대이기 때문으로 보였다. 한국의 10대들이 광우병 위험 쇠고기 문제를 들고 나온 것도 그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세대이기 때문 아니겠는가?"
한국과 호주 10대의 공통 고민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제프 길링은 "한국과 호주 10대의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의식과 과도한 스트레스가 그들을 똑같이 짓누르고 있다"고 정리했다.
그는 인터뷰를 끝낸 다음, 몇 차례 망설인 끝에 필자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청소년 문제를 상담하는 국가기관에 근무할 때 만난 한국 10대 중반 나이의 유학생을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학생은 자기보다 두 살 어린 학생(한인동포2세)이 버릇없이 군다는 이유로 두들겨 팼다고 한다. 엄연한 범죄 행위였지만, 그는 그게 한국의 전통이라고 고집스럽게 주장했다는 것. 결국 그 학생은 처벌을 받고 한국으로 추방됐는데, 그 한국의 전통이라는 것이 아직도 궁금하다고 했다.
난감했지만, 필자는 한국의 유교적 전통까지 들먹이면서 어정쩡하게 대답해줄 수밖에 없었다. 두말할 나위 없이, 호주는 다문화국가다. 200여 국가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출신국가의 문화까지 함께 가져와서, 그야말로 지구촌을 이루고 있다.
문득 한국의 잘못된 문화는 가져오지 말아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가져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동안 호주에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느낀 적이 참 많았다. 가끔은 쓸쓸해질 때도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