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명품 가득…中은 ‘짝퉁대국’
지난달 26일 중국 상하이 중심가의 샹양(襄陽)시장. 400~500여개의 ‘짝퉁’ 가게가 밀집해 있는 곳이다.
“롤렉스 시계, 루이뷔통 가방!” 시장에 들어서자 마자 한국어로 외치는 호객꾼 3~4명이 다가왔다. 가게마다 구치·샤넬·버버리 등의 가짜 제품이 즐비하다. 짝퉁의 원조격인 홍콩의 짝퉁 제조 기술이 고스란히 이어져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결합한 결과다. 공안(公安·중국경찰)들이 주변을 순찰하고 있는데도 이를 신경쓰는 가게는 없다.
“한국 DVD, 많이 있어요.” 점퍼 안에서 재빨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 해적판 한국 DVD를 보여주는 호객꾼들도 적지 않았다. 이 시장에선 한국에서 영화가 개봉한 다음날 ‘극장본’이 나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발빠른 상혼을 과시하고 있다.
선글라스·만년필·가방·시계·의류·신발·골프채 등의 짝퉁제품 가격은 600원(4위안)~4만원(260위안). 가짜 루이뷔통 구두가 3만7천5백원(250위안) 정도, 몽블랑 볼펜 모조품이 600원(4위안) 정도에 불과했다.
상인들은 적당한 흥정을 거쳐 호가(呼價)의 10분의 1 가격에 짝퉁 제품을 판다. 진품 가격에 비하면 100~500분의 1에 지나지 않아 다량 구매를 부추긴다.
이날 한국·일본 관광객들은 커다란 비닐봉지에 가방·구두를 가득 채운 채 2~3명씩 무리지어 몰려다녔다. 또 4만원 가량 하는 캘러웨이 골프채를 산 유럽·미국 관광객들도 심심찮게 목격됐다. 짝퉁의 ‘세계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짝퉁시장은 중국 대도시 곳곳에 널려 있다. 심지어 중국의 상징인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주변 거리에서도 단속의 눈길을 피해 롤렉스·오메가·불가리 등 가짜 시계를 파는 노점상이 종종 눈에 띌 정도다.
세계관세기구(WCO)는 지난해 전세계 짝퉁시장 규모를 상품 교역량의 5∼7%인 5천1백20억달러(5백22조원)로 추정하고, 이 중 중국산이 60% 정도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짝퉁 대국’ 이미지를 벗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제품의 진위 여부를 떠나 루이뷔통·프라다·지방시 등 유명 브랜드가 전문점이 아닌 다른 곳에서 팔리는 것을 일절 금지했다. 단속을 책임지는 중국 국가질량검사총국의 왕친핑(王秦平) 부국장은 최근 “중국을 ‘가짜명품 대국’이라고 부르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에는 수많은 명품 가공 공장이 있어 남는 물품이 많이 나돌 수밖에 없는 데 따른 현상으로 다른 나라 제품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진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샹양시장의 한 상인은 “전문 제조 공장에서 질 좋고 값싼 가짜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지적 재산권 문제는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상하이|문성현기자 muns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