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북 인권엔 공식 입장 없다"
[중앙일보 2005-04-22 09:35]
[중앙일보 홍주희] "북한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위원회 차원의 공식 입장은 없다."
조영황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21일 '북한의 인권 참상에 대한 인권위의 대책'을 질의해 온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서 내용이다.
그러나 조 위원장은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북한의 인권 개선은 유엔과 관련국들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자극이 필요하지만 북한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변서에서 밝혔다. 그의 이 같은 주장은 유엔인권위원회가 지난 14일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하는 '대북 인권결의안'을 가결한 것과는 상반된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 북한 인권문제에는 소극적=국가인권위원회법은 업무 범위를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영역 안에 있는 외국인의 인권, 인권에 관한 법령.제도.정책'으로 적시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인권위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정책 차원에서 다루기 위해 2003년부터 정책국 내에 '북한 인권 연구팀'을 운영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인권위는 북한 인권과 관련한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연구팀 등을 통해 기본 입장을 수립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2년 전의 태도와 똑같은 것이다. 일부에서는 "국가보안법과 이라크전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 인권에 침묵하는 것은 이중적이지 않느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조 위원장은 서면 답변서에서 "북한의 인권 개선은 생존권, 정치적 자유 등 포괄적으로 이해돼야 한다"면서 "동시에 북한의 협력 유도와 지속적인 개선 노력의 필요성을 감안할 때 단계적으로 모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견해에 따라 인권위가 북한 인권에 소극적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려다 보니 시간이 걸리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 반발하는 북한 인권 관련 단체들=북한민주화네트워크 오경섭 사무국장은 "인권위가 북한이 의지를 갖게 할 어떤 정책적 대안을 가졌는지 밝히지 못하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문제는 북한에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피랍탈북인권시민연대 도희윤 사무총장도 "유엔이 3년 연속 대북 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 데도 모른 척하면서 다른 국제사회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발언을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