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거래 태반'' 중국내 논란 확산
"태반을 먹는 것은 사람 고기를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중국 의학에서 즐겨 사용하는 약재이며, 인체에 유익하다"
지난해 말 중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식용 밀거래 태반'' 논란이 최근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또다시 일고 있다.
신화통신 24일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 위생부는 지난 6일 홈페이지에 올린 ''산모가 분만한 뒤 태반 처리 문제에 대한 회답''이란 공문서에서 "산모가 분만한 뒤 태반은 당연히 산모의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 위생부의 이번 공식 발표는 지난해 말 중국을 뒤흔들었던 타이위안(太原)시 ''태반 잔치'' 사건에 대한 방침을 공개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위생부는 이 글에서 "산모가 태반을 포기한다면 의료기관이 처리 할 수는 있지만, 기관이나 개인이 (산모의 동의 없이) 이 것을 사고 팔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위생부는 또 "만약 태반이 전염병이 생겨 퍼질 가능성이 있다면 의료기관은 즉시 산모에게 알려야 하고, ''전염병 방지법'' ''의료 폐기물 관리조례''에 따라 소독·폐기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모의 태반은 사고팔 수 없다"
''태반 잔치''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중국 하얼빈시 한 호텔에서 "''신기하게도 기력을 보충해 주는'' 태반 요리를 내 놓았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에 알려지면서다. 그 후 중국 대륙은 큰 논란에 휩싸였고, 타이위안·다롄·난징 등 많은 중국 지역 매체들이 해당 지역병원의 숨겨진 ''태반 행방''에 대한 보도가 잇따랐다.
심지어 베이징청년보 인터넷판은 지난 25일 "위생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타이위안의 일부 병원에서는 여전히 산모가 자신의 태반 행방을 모르고 있다"며 "병원이 태반을 처리하는 방식을 (임의로) 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타이위안시 한 산부인과 수간호사의 말을 인용, "태반은 모두 산시성 질병통제센터에서 가져간다"며 심지어 "한 혈액관련 부서에는 태아의 혈액 샘플도 제공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에 대해 산진 변호사사무소 한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중국)는 태반의 귀속 문제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며 "그러나 산모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태반을 마음대로 쌓아두거나 매매하는 행위는 태반에 대한 처분권과 수익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시대학 사회학과 한 교수는 "비록 태반의 약용 가치를 완전히 부정할 수 없더라도, 태반을 마음대로 매매하고 먹는다면, 대다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며 "우리(중국)사회의 공중도덕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경제 활동을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아 혈액 샘플도 나돌아
이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도 ''태반의 처리 방식과 식용 여부'' 문제를 놓고 연일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다.
격분한 몇몇 네티즌은 "보약이나 자양식품으로 태반을 먹는 몇몇 변태 국민들은 생명을 모독하고, 근본 가치를 경시하며, 최소한의 도덕성조차 없어 자성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은 곧 사람 고기(인육)를 먹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다른 네티즌은 "한 사람이 매일 병원 앞에서 태반을 기다리고, 집에 돌아와 매일 고기를 먹는다고 생각하면 구역질이 난다"며 "단호히 태반 먹는 것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 중국 네티즌은 "태반의 영양이 풍부하다는 이유만으로 먹을 정도라면, 병사한 사람의 살점도 소독하고 먹을 수 있을 것이다"며 "이것은 변태 인간성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다소 비약됐다는 의견도 있다. 한 중국 교수는 "영아의 태반은 인간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과정에 생긴 유도체이기 때문에, 단순히 태반을 먹는 는 행위를 ''인육''을 먹는 것으로 치부할 수 없다"며 "''사람을 먹는다''는 식으로 도덕적 비판을 하는 것은 명백히 ''견강부회''다"고 지적했다.
또 한 네티즌은 "태반은 예전부터 줄곧 매우 중요한 중국 약품 중 하나인데 못 먹을 이유가 없다"며 "전문 판매자를 통해 병원서 구매한다면 B형 간염 바이러스 등 전염병이 확산될 문제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태반을 먹는 것은 현행 법규를 위반한 것이 아닌데도 (비판론자들이) 도덕적인 문제로 왜곡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 전문가 "인육 먹는 것과 동일시하지 말라"
이와 관련해 중국 포털사이트 소후닷컴은 이 논란과 관련해 25일부터 인터넷 투표( news.sohu.com/s2005/zmtaipan.shtml )를 진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당신은 산모의 태반이 어떻게 처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네티즌들의 선택은 26일 오후 2시 현재 "의료 부문에 사용할 수 있도록 기부한다"가 46.9%로 가장 높다. "의약품이므로 한의사에게 판매한다"와 "이미 폐기물이기 때문에 포기한다"는 각각 38%, 15%로 그 뒤를 이었다.
"태반을 먹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태반은 중국 의약 재료로 사용되므로 신체에 유익하다"가 46.7%로 가장 높다. 그 뒤로 "너무 구역질이 난다"가 33.6%, "사람(인육)을 먹는 것이 아닌가? 인간성의 후퇴다"는 19.6%에 머물렀다.
중국 당국이 식용으로 밀거래되는 태반 문제에 대해 산모의 손을 들어줬지만,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태반이란 = 태아의 호흡작용과 노폐물 배설을 돕고, 모체로부터 영양분을 받아들여 태아에게 공급하며, 유해한 물질이 태아에게 침입하지 못하게 보호하는 신체기관이다. 태반은 산모가 출산할 때 아기의 첫 울음 소리가 들리고 나서 약 15분 뒤에 가벼운 진통과 함께 몸밖으로 자연스럽게 빠져 나온다. 국내에는 태반주사, 태반 영양제, 태반 화장품 등에 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태반의 망막을 이용한 시력교정술도 있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서명덕기자 md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