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분노 폭발 직전, 중국어선 손수 붙잡아
[연합뉴스 2005-05-01 18:11]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1일 인천 연평도 꽃게잡이 어선들이 조업구역을 이탈, 북방한계선(NLL) 바로 밑까지 북상해 중국 어선 4척을 붙잡는 등 중국 어선에 대한 어민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에 있다.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연평도 꽃게잡이 어선 30여척은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연평도 북서쪽 0.4마일 지점에서 중국 어선 4척을 에워싸 도주 하지 못하도록 한 뒤 연평도로 예인해 왔다.
이날 붙잡힌 중국 어선들은 30t∼50t급 형망 어선으로 어선 4척에 모두 25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다.
이날 연평도 어선 30여척은 조업에 나섰다가 중국 어선들의 모습이 보이자 선박 통신망을 이용, 실력행사에 나서기로 뜻을 모으고 일제히 조업구역을 벗어나 NLL 남방 180m 지점까지 접근, 중국 어선 4척을 붙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21일과 23일에는 대청도 어선 15척이 어로한계선을 이탈해 북쪽 1.2∼1.8마일까지 진출, NLL을 2마일 가량 앞두고 조업을 하려다 군(軍) 당국에 적발돼 해경에 고발됐다.
서해 5도 어민들이 이처럼 조업구역을 벗어나면서까지 집단 행동을 벌이는 것은 지난해 이후 극심한 꽃게 흉작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인천지역 꽃게 어획고는 2002년 1만4천281t(1천180억4천만 원), 2003년 6천547t(829억7천만원), 지난해 1천390t(292억8천만원)으로 2년 전에 비해 10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해도 지난 3월 꽃게 조업이 재개됐으나 지난달 21일까지 옹진수협의 꽃게 위탁판매량은 연평도 1천77kg, 대청도 411kg 등 총 1천488kg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천100kg의 5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런 가운데 중국 어선들은 남북 대치 상황을 악용, 북방한계선을 넘나들며 꽃 게 등 어족자원을 싹쓸이하며 서해5도 어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최근 들어 백령도와 대청도 동북방에 130여척, 연평도 북방에 160여척 등 모두 300척에 가까운 중국 어선들이 선단을 이뤄 불법으로 조업을 하고 있다.
이들 어선은 낮에는 북방한계선(NLL) 위쪽에서 조업을 벌이다 야간에는 우리측 해경과 해군의 감시를 피해 북방한계선을 넘나들며 조업하고 있다.
최 율 연평어민회장은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입이 닳도록 얘기해 왔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앞으로도 생존권 사수를 위해 중국어선들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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