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마리 떼죽음…생지옥된 ''철새의 천국''
중국 후난(湖南)성 왕청(望城)현의 지역주민 일부가 새끼 새 5000~6000마리를 잡아먹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해 중국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23일 둥팡신바오가 보도했다.
이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현지 농민들 일부가 지난 5월초부터 왕청(望城)현 바이루오푸(白若鋪)진 황니푸(黃泥鋪)촌 지역의 뒷산에 있는 철새 수천 마리를 잡아먹고 있다. 이 지역은 매년 봄이 되면 2000여마리의 백로와 카나리아가 즐겨 찾는 등 5000~6000여 마리 새가 서식해 ''철새의 천당(천국)''으로 불리는 곳이다.
지역 주민 궈부궈(郭富國)씨와 함께 한 현장 르포에 따르면 "새를 잡아먹은 현장까지 가기 위해 숲을 지날 때에도 온통 구역질 나는 냄새가 진동했고 여기저기 부숴진 달걀 껍데기, 아직도 피가 흐르는 죽은 새끼 새가 널려져 있었다"며 참혹한 현장을 묘사했다. 1km정도 걸어 현장에 도착한 취재기자는 "새의 주검, 껍질만 남은 새알, 어지럽게 파헤쳐진 새둥지 사이로 살아 남은 새끼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목이 쉴 정도로 오래도록 울어댔다"고 전했다.
현장에는 높고 가느다란 나무 위에 각각 4~5개의 새 둥지가 있어, 힘 좋은 새 사냥꾼이 나무를 흔들거나 장대로 새 둥지를 건드릴 수 있으며, 심지어 나무를 통째로 잘라내는 방법으로 새를 떨어뜨려 잡는다고 한다.
현장에 동행한 궈부궈씨는 "5~6세 된 자신의 손자가 사람들이 이 산에 들어와 새를 잡아먹는 것을 보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서 새들을 잡지 못하도록 해 주세요. 너무 불쌍해요''라고 조른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주민 리하이쥔(黎海軍)씨는 "부근 지역 주민은 지난 4일부터 새알을 집에 가져가 먹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새 새끼들을 잡아 요리를 해 먹었다"고 말했다.
리하이쥔(黎海軍)씨는 심지어 "한번에 230kg을 포획한 여러 주민들은 집에서 새끼 새 고기를 말려서 두고두고 먹기도 했다"며 "많은 새 사냥꾼들이 갓 부화한 새끼 새를 숲에 내던진 뒤 살아서 돌아오는 튼튼한 것들만 잡아서 집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산 도처에 죽은 새끼 새가 있는 것이다"고 폭로했다.
최근 인근 주민들에 의해서 무차별적으로 새끼 새가 떼죽음을 당하자, 10여명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새를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 주민들은 10명이 몇 개조를 짜서 매일 새벽 5시부터 저녁 7시까지 산을 오르내리며 순찰을 하고 있다.
중국 관계 당국은 이들과 별도의 조사팀을 구성해 조사를 할 예정이다. 만약 불법 포획하는 것이 발각되면 밀렵꾼들에게 ''치안 관리 처벌 조례''에 따라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하거나 심각한 경우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후난성 한 변호사사무소 부주임인 리이민(李依民)씨는 "백로, 카나리아 등은 모두 정부 제2급 보호동물이기 때문에 ''(중국)형법''에 따라 보호하고 있다"며 "보호 동물을 포획하는 행위가 발각되면 형사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포털 사이트 등에는 밀렵꾼들을 성토하는 댓글로 봇물을 이뤘다. 한 중국 네티즌은 "도덕적인 바탕이 없는 농민들이 절대다수인 (중국)농촌의 현실이 절망적이다"며 "이런 잔인한 일을 일삼는 지역 주민들은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서명덕기자 md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