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공안원 이어 고위경찰도 호주 망명
중국 내부 동요 ‘신호탄’인가
[조선일보]
중국 사회의 내부동요가 가시화되는 징조인가? 호주 시드니 주재 총영사관 정무영사와 중국 공안기관원에 이어 이번엔 경찰 고위관리가 망명신청을 한 사실이 드러나, 중국 내부의 동요 조짐여부와 관련,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 고위관리까지 가세한 호주망명
호주 시드니 주재 총영사관의 천융린(陳用林·37) 전 정무영사와 전 중국 톈진 안전보위국 소속 경사 하오펭준(32)이 호주에 망명요청을 한 가운데, 제3의 중국 고위 경찰 관리 1명이 이미 호주에서 난민 지위를 얻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 보도했다. 호주의 버너드 콜레리 변호사는 9일 호주ABC방송에 출연, “중국 경찰서에서 반체제 인사가 고문으로 숨지는 것을 목격했다는 경찰관리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망명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들이 잇달아 호주로 망명신청을 한 것은, 상주 중국인이 50만명을 넘고 중국인들의 출입국이 쉬워, 중국의 전·현직 공무원이나 지식인들이 망명하기 좋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잇따른 ‘반체제 탄압’ 주장
호주로 잇따라 망명한 중국 관리들은 하나같이 ‘중국 정부의 반체제 탄압’주장을 펴고 있어, 중국 내부의 민주화 움직임과의 관련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앞서 망명을 요청한 하오펑쥔 전 중국 톈진(天津) 안전보위국 소속 경사는 “(자신이 근무했던) ‘610사무소’는 파룬궁(法輪功) 탄압을 위해 설립됐고, 이후 14개 반국가 종교단체 및 14개 반체제 성향의 기공 단체 분쇄로 업무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천융린 전 정무영사도 “1000여명의 중국 안전부 요원들이 호주에서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고 납치해 중국으로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는 파룬궁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일 뿐 아니라, 티베트 분리독립주의자 등 반체제 인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반체제 세력에 대한 단속과 탄압이 강화되자, 관련 기관원들이 망명신청을 하고, 탄압실태를 폭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점증하는 소요사태
중국 고위관리들의 망명신청은 중국 내부에서 주민소요사태가 점점 늘어나는 것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끈다. 중국에서는 지난 4월 저장성 둥양시에서 주민 3만여명이 참여한 환경오염 항의 폭동이 일어났고, 2004년 10월에는 쓰촨성 한위안현에서 주민 10만명이 가세한 농지몰수 보상금 액수 항의 소요사태가 벌어졌다. 작년 한 해 중국에선 50명 이상이 참여한 집단시위만 6만여건이 발생했으며, 이런 집단시위는 연평균 17%씩 증가하고 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정치적 자유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중국 당국의 언론·사상통제를 비판한 ‘중앙선전부를 토벌하라’는 글로 해직된 자오궈뱌오(焦國標) 전 베이징대 교수의 글은 당국의 감시망을 뚫고 일부 네티즌들에게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反)중국공산당’ 성향의 파룬궁(法輪功) 등의 주장도 인터넷을 통해 은밀히 중국 내부에 유포되고 있다. 지금은 개별적으로 분출되고 있는 주민들의 민원성 시위와 일각의 반정부 기류가 결합돼 반체제 시위·소요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심하는 지도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중국 4세대 지도부는 이런 사회 저변의 변동 가능성에 대비, 주민 통제와 위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위기다. 후 주석은 최근 국가보밀국(保密局) 국장에 측근인 샤융(夏勇)을 기용, 국내외 보안시스템을 강화했다. 대대적인 반일시위 이후 인터넷에 대한 통제도 강화, 5월 말까지 개인 블로그 등 모든 웹사이트를 등록하게 하고, 11개 국가 기관이 인터넷 검열을 실시하면서 ‘사이버 공안’ 5만여명을 운영 중이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전인대에서 분배와 균형성장을 강조하는 ‘사회주의 조화사회 건설’을 새로운 국정 목표로 제시하는 등 민심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홍콩=송의달특파원 (블로그)edsong.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