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첨병, 미국 기업을 인수하려던 중국의 욕심이 벽에 부딪히고 있다.
중국 1위 가전업체 하이얼이 미국 2위 가전업체인 메이태그의 인수를 포기했다.
중국해양석유(CNOOC)의 미 정유사 유노칼 인수는 이사회에서 거부됐다. 주주총회에서 극적 반전도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사실상 물건너간 셈이다.
중 CNOOC가 인수 경쟁자 미 셰브론에 비해 약 15조원이나 많은 인수 금액을 제시하고도 거부된 것은 미국의 자존심과 애국심 때문이다.
미국은 CNOOC의 인수를 자국의 에너지 안보와 결부해 극렬히 반대했다.
언론은 안보를 내세워 여론을 자극했고, 의회는 CNOOC의 인수를 가로막는 법안까지 만들었다. 지난 일본 기업들의 공세 때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득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반대 여론에 묻혔다.
[머니투데이]만일 유노칼의 이사회가 CNOOC의 조건을 받아들였다면 중국이 미 정유사를 손에 넣을 수 있었을까.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미 정치인들의 반발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미국의 제도 때문이다.
미국은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라는 조직을 두고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기업들을 심사한다.
법무부와 국토안보부 등 11개 정부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이 조직은 정부를 대표해 외국 기업과 미 기업의 인수ㆍ합병(M&A) 여부를 결정한다. 과거 CIFUS는 항공기 부품업체의 중국 매각과 초고속 인터넷 망 업체의 지분 매각을 막은 바 있다.
국익을 이유로 CFIUS가 거부하면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는다. 세계 무역 자유화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등 뒤에는 자국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는 셈이다.
국부 유출과 외국 자본에 대한 차별 논쟁 속에서 속속 자본을 내주고 있는 우리가 너무 순진한 것은 아닐까.
이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