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권조사'' 빗장푼다
[세계일보 2005-08-25 02:33]
중국이 교도소와 같은 구금시설에서 자행된 고문 등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한 유엔특별위원회의 조사를 사상 처음 허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유엔 인권위 특별조사관이 오는 11월 중국을 공식 방문해 직접 조사에 나선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사회에서 인권 후진국이라는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전향적인 조치로 분석된다.
◆고문 실태 첫 조사=24일 AP통신에 따르면 유엔 인권위 만프레트 노바크 특별조사관이 11월 21일∼12월 2일 중국 내 교도소 등 구금시설을 방문해 관련 인사들을 상대로 인권 침해 실태를 심도 있게 조사한다. 오스트리아 법학자 출신인 노바크 조사관은 “기공 단체인 파룬궁 수련자에서 반체제 인사까지 수많은 인사들이 강제노동수용소에서 각종 인권 유린 행위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면서 “사실 여부를 규명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죄가 확정됐거나 사형을 선고받은 죄수가 교도소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바크 조사관은 중국이 수년간 지루한 협상 끝에 이번 방문을 허용한 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중국이 이번 방문에 어떤 조건도 붙이지 않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노바크 조사관은 이번 조사 결과를 내년도 유엔 인권위 총회에 보고할 방침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라는 비아냥을 받아온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서방세계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크게 높아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권문제를 ‘중국 때리기’에 적극 활용해왔으며, 미 의회에서는 탈북자들의 북한 강제 송환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을 적극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인권 실태=국제 인권단체들은 중국 내 ▲반체제 인사 탄압 ▲정치의 자유 제한 ▲과도한 사형 선고 및 집행 ▲종교 탄압 ▲인구 조절을 위한 낙태 등을 대표적 인권 침해 사례로 꼽아왔다. 중국은 특히 이번에 유엔이 특별조사에 나서는 고문과 과도한 사형 선고로 혹독한 비난을 사 왔다.
중국은 1996년 고문을 불법화했지만, 인권단체들은 아직도 만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형 집행 건수에서도 독보적이다. 국제사면위원회(AI)에 따르면 2004년 세계 25개국에서 사형을 당한 3797명 중 중국이 3400명으로 최다 사형을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당국이 사형집행 건수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밀리에 많이 집행하는 것으로 미루어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사형을 당했을 것이라고 AI가 밝힌 바 있다.
파룬궁에 대한 탄압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 파룬궁 수련자가 1억명에 달하는 등 세력이 급속히 확산되자 1999년 이를 사교 집단으로 규정해 불법화하고 탄압하고 있다. 미 국무부 ‘세계종교자유 보고서’는 99년 이후 파룬궁 수련자 10만명 이상이 체포·구금됐고, 이 중 수백명이 수용소 등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공개처형이 자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집권 이후 이 같은 인권 후진국이라는 쏟아지는 비난에 적극 맞대응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유엔 조사관의 입국을 허용함은 물론 1990년대 인권백서에 이어 2002년 ‘인권’이라는 잡지를 만들어 인권 개선 상황을 대외적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