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속 반장·학습위원 등
자신 직위와 함께 ‘부친 ○○국 ○국장, ○부국장’ 문구 초등생들 “명함은 한 개인의 신분 상징, 누가 더 호소력 있는가 보여준다”
미디어다음 / 온기홍 프리랜서
기자
중국에서 ‘소황제’, ‘소공주’
들의 당돌함이 부모들에게까지 충격을 주는 등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중국의 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여름 중국 초등학생들이
졸업 기념으로 남긴 메시지에 초등학생들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내용들이 담겨 있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초등학생들
가운데 명함을 파서 갖고 다니는 것이 유행하고, 심지어 부모의 사회 직위도 명함에 넣고 과시하고 다녀 주위를 당혹하게 하고
있다.
▲ 中 초등학생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여자’”= 중국 신시스바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광저우시 우양신청에
사는 이모 씨(여)는 지난여름 동샨구의 모 초등학교를 졸업한 딸의 방을 정리하다가 무심코 딸의 수첩을 펼쳐 보게 됐다.
이 수첩에는
딸이 졸업과 함께 기념으로 학교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받은 메모들이 적혀 있었다. 메모에는 친구들이 직접 적은 생년월일·별자리·혈액형·애호 등이
상세하게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 씨는 수첩을 몇 장 넘기다가 충격을 받았다. 수첩 안에는 딸의 한 친구가 적은 “네가 백마 탄
왕자를 빨리 찾을 수 있기를 바라”라는 문구가 써 있었던 것.
특히 이 씨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딸과 같은 졸업반이었던 한
남학생이 ‘내가 가장 받고 싶은 선물’ 난에 적은 ‘여자’라는 문구.
이 씨는 “초등학생의 생각과 행위가 날로 성인화되고 있는데,
딸이 중학교에 들어가면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연애에 빠지지 않을까 근심이 된다”면서 “초등학생들이 어떻게 이런 글을 남기나…”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광저우시 하이주, 동샨 지역 내 다른 초등학교 졸업생들의 졸업기념 메모장에도 마찬가지로 이처럼 이성을 갈망하는 문구들이
들어 있었다고 신시스바오는 보도했다.
또 신화통신사 보도에 따르면 허난성 정저우시에 사는 이모 씨(여)도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기념
메모장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들의 졸업기념 메모장에는 “네가 커서 관원이 되고, 첩을 더 두어서 남녀 쌍둥이를 둘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 같은 졸업기념 메모를 남긴 초등학생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보여 주위를
더 놀라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광저우시 동샨 지역 내 모 초등학교 졸업생인 쥔쥔(가명)은 “남학생들은 이성에 대한 우스개 말을
하기 좋아할 수도 있는데 이는 성숙했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이러한 현상은 각종 지식을 앞당겨 배우고 있고,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채널도 날로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명함 만들어 부모 사회 직위 넣어 다니기도= 중국 초등학생의 당돌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초등학생들 사이에 ‘명함’을 만들어 갖고 다니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중국 관영 중앙TV(CCTV)와 신문들이
최근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일부 초등학생들의 경우 부모의 높은 사회 직위도 함께 집어넣어 보여주며 ‘무게를 잡고’ 다닌다는
것.
우한지역 일간지인 우한천바오는 최근 “초등학교 부근의 문구점에서 초등학생들이 명함을 만들어 이름과 학교
반·생일·전화·E-메일·QQ 메신저 정보 등을 넣고 다니는 게 유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꾸이저우에서 발행되는 꾸이저우두스바오도
“초등학생들이 학교 근처 문구점에서 애니메이션 그림카드와 같은 명함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명함에는 연락처뿐만 아니라
큰 글씨로 반장·학습위원·노동위원과 같은 학교에서의 직위와 함께, 심지어 ‘부친 ○○국 ○국장, ○부국장, ○과장’처럼 부모의 사회 직위도 적고
있어 충격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부 초등학생들은 “친구들과 연락을 편하게 하기 위해 명함을 만들고 재미를 느낀다”면서
“명함은 한 개인의 신분의 상징으로 누가 더 호소력이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우한천바오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더군다나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이 같은 행동을 어려서부터 교제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대견스러워 하고 있다”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장쑤성 사회과학원 란잉부어 연구원은 “초등학생들이 명함을 만드는 것은 타인과 교제하기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며, ‘관계를
맺거나 채널을 뚫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너무 이른 성인화의 표현이다”고 지적했다.
난징사범대학 교육학과 유모 교수는 “어린이가
명함을 사용하는 것은 사회와 부모들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