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중국 정부는 연변 조선족 자치 정부가 가지고 있던 백두산 관할권을 중국 길림성으로 이전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장백산 환경 보호와 관광 산업 육성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와 관련 2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2580’은 중국 현지 취재를 통해 백두산 이전이 중국 정부의 동북 공정과 관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백두산 관할권 이전 작업은 계획적으로 진행돼 왔다. 지난 2000년 말 중국정부는 백두산을 중국 10대 명산으로 지정한 뒤 방송 등을 통해 대외에 공표했다. 또한 2003년에는 길림성 사회과학원을 앞세워 백두산을 본격 이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결국 지난 7월 통고문 하나로 관할권이 일방적으로 중국 정부에 넘어갔다.
그 후 연변 조선 자치주 사회과학원 민족 연구소를 해체하고 ‘백두산’대신 ‘장백산’을 사용하게 했다. 이에 대해 자치주 정부의 관계자는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싸울 수도 없었다”며 당시 심정을 밝혔다. 문제는 백두산 관할권 이전으로 조선 자치족의 생활마저 위협 받을 수 있다.
중국은 백두산 근처 무송에 새 비행장과 도로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그 동안 연길을 거쳐 갔던 관광객들이 대부분 무송을 통하기 때문에 연변 조선족들은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한 연변자치주 경제 고위 간부는 방송을 통해 “자치주 정부로서도 수치고 안 좋은 일이니까 자세한 내막을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연길 경제 타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두산 관할권 이전과 관광수입 급감으로 현재 연변 조선족 자치 정부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북간도 조선족 일부 마을은 폐가나 폐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자치주의 조선족 인구 비율은 37, 7%로 나타났지만 실제로는 30% 정도를 조금 웃도는 형편이다. 중국 정부의 자치법상 해당 소수민족 인구비율이 30%를 넘지 않으면 자치 정부는 사라진다고 방송은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변 자치주 조선족 붕괴가 머지않았음을 전망하기도 했다.
림연 중국동북문화 원장은 “우리 민족 언어를 점점 쓰지 못하고 학교도 없어지고 있다”며 “조선족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선족 붕괴는 결국 고구려사 왜곡 등 중국 정부의 동북 공정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방송의 주장이다.
물론 중국 정부의 이러한 조처에 대해 중국 내 일부 조선족들과 한국인 재외 조선족 동포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장백산 반환운동 서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중국 정부를 움직일지 알 수 없다.
지난 해 출범한 고구려 연구재단 지원 법률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고 초중고 고구려사 왜곡 대응 학습 책자는 외교 문제를 우려한 외교부의 제지로 배포하지 못하고 있다. 역사 문제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국내 정부가 영토 등 좀 더 민감한 문제에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방송 후 시청자들은 “내 나라 내 땅 지키지도 못하는 게 외교 통상부냐”(pia77ana) "중국을 더 무서워하고 경계해야 할 듯 하다"(jangdarka) 등 백두산 관할권과 중국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사진 = 1. 시사매거진 2580에서 촬영한 백두산 천지 전경 2. 연변자치주 통계국 웹사이트에 실린 백두산 비경) [TV리포트 진정근 기자]gagoram@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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