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위안화 절상 발표직전 정보 유출
지난 7월 중국 위안(元)화 평가절상에 대한 극비 정보가 공식 발표 직전에 유출, 중국 전역에서 순식간에 228억달러(약 22조8000억원)어치의 대대적인 환투기가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건이 사실로 드러나면 중국 지도부의 도덕성과 리더십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어 인터넷 뉴스사이트 ‘둬웨이(多維)’는 4일 중국 잡지 ‘재경(財經)’의 관련기사를 전재했다.
위안화 절상이 결정되던 지난 7월 21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오후 4시(한국시각 오후 5시)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오후 6시30분 평가절상 공식발표에 앞서 국무위원들에게 당 지도부 의결사항을 알리기 위한 회의였다. 앞서 오후 3시에 끝난 당중앙 정치국 회의는 위안화 평가절상 시기와 폭을 이미 결정한 상태였다.
당시 중국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위안화 평가절상 시기와 폭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원 총리는 극비 보안을 위해 이날 국무회의에 두 가지 규칙을 정했다. 회의시간 내에는 외부와 연락하거나 공무를 처리할 수 없고, 오후 6시에 회의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회의장을 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회의석상에서 원 총리는 오후 7시를 기해 인민폐의 대(對)달러화 가치를 2% 절상하고 복수 통화바스켓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회의 종료 직후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각 금융기관에 이 같은 결정 내용을 통보했고, 관영 CCTV는 오후 6시30분에 이 사실을 국내외에 보도했다. 달라진 환율과 새 제도는 예정대로 오후 7시부터 일제히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때는 중국 전역의 주요 도시 금융기관과 당·정(黨政)부문, 거대 국유기업과 사유기업들이 이미 한바탕 환투기를 끝낸 뒤였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선전(深?), 광저우(廣州), 톈진(天津) 등 중국 13개 대도시에서 228억달러가 위안화로 환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4시15분부터 5시45분 사이, 불과 1시간 반 만이었다. 기밀 유출은 당 정치국 회의가 끝나고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인 오후 3~4시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론들은 추정했다.
기밀 유출 보고를 접한 원 총리는 격분했다. 그는 “내부 범인을 색출하지 않으면 국가가 위태롭다”며 철저한 범인 색출을 지시했다. 이에 국무원, 인민은행, 은행감독위원회, 감찰부 조사팀이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화 평가절상을 둘러싼 이 같은 사건은 사건 직후 한 홍콩 잡지에 일부 보도가 됐으나 다른 언론들이 침묵함으로써 외부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넘어갔다. 특히 중국 관영 매체들이 아무런 긍정이나 부정 보도를 하지 않아 진상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다. 중국 내 한 금융전문가는 “국제 핫머니(단기 투기성 자금)가 대규모 환투기를 했다면 온 세상에 알려졌겠지만, 폐쇄적인 중국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였다면 외부에 진상이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시동기자sdyeo@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