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생산 과잉으로 가격 급락 예고
원자재 순수출시 무역 분쟁 촉발 가능성도
입력 : 2005.10.07 14:47
[이데일리 홍정민기자] 세계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는 가속기 역할을 했던 중국이 이제 생산 과잉으로 오히려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6일자로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공급 과잉 때문에 원자재 분야에서도 섬유 못지 않은 통상 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그동안 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철강, 연료, 광석 등 엄청난 양의 원자재를 소비, 가격 급등을 이끌었지만 이제 상황이 뒤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건설, 자동차 등 과열된 경기 부문을 제어하고 일부 원자재 소비가 급격히 둔화되거나 오히려 감소하면서 이제는 원자재 가격을 끌어내리는 주범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의 동 타오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석유 수요가 올들어 전년에 비해 2% 늘어나는데 그쳤고 시멘트 수요는 정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알루미늄의 경우 오히려 수요가 5% 줄었다.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수요 둔화에 따라 가격도 영향을 받고 있다. 철강의 경우 올들어 본토 소비량은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 수요는 연간 20%가량 상승하고 있지만 생산량도 만만치 않다. 올해 생산 성장률 전망은 약 30%.
결국 지난해 수입국이던 중국은 올해는 수입량과 비슷한 규모를 수출할 것이며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각 900만톤, 1300만톤의 철강 무역 흑자를 낼 것으로 CSFB는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생산이 늘자 중국내 철강 가격은 올 초 고점에서 3분의1이나 추락한 상태다.
석탄, 구리, 우라늄 등 일부 원자재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하지만 중공업 등 고정자산 투자 둔화와 지난 3년간 건설된 과잉 설비로 수입 성장률은 다소 제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과잉 설비는 일부 원자재에 대한 수요 둔화로 연결, 결국 전세계 상품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철강 가격이 가장 좋은 예다. 중국 철강업체들의 생산량은 올 연말 전년 대비 23% 증가한 3억9000만톤, 2007년말에는 5억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SFB 추정치에 따르면 향후 2년간 알루미늄 공급 성장률은 수요를 넘어설 것이며 내년 수출 물량이 지난해의 두배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문제는 또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수출물량이 늘어날 경우 교역국들의 우려와 반발도 거세질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지금까지 공산품 수출 급증에도 큰 비난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자재 수입도 상당히 많았기 때문인데, 원자재 수출국이 될 경우 무역 마찰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결국 철강이 섬유 다음으로 무역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