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파동’ 중국김치 위생관리 엉망
[문화일보 2005-10-10 13:23]
(::칭다오 업체들 잠입 르포…녹슨 기계·칼에 양념 뒤범벅::) 중국산 김치에서 납이 검출돼 떠들썩하던 지난달 26일 중국 칭다오(靑島) 교주시의 한 김치 생산업체. 40~ 50대 중국인 여성들이 절인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느라 바쁘게 손 을 놀리고 있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김치를 납품하는 곳이 었다. 대지면적만 해도 2000평이 넘는 곳으로 겉모습은 번드르르 한 현대식이었지만 위생은 엉망이었다. 마늘과 고추가루, 젓갈 등 각종 양념 부자재를 부숴 균일하게 섞어주는 기계인 교반기는 녹이 슨 채 곳곳에 양념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또 배추를 자르는 칼에도 시뻘건 녹이 슬어 있었다. 쥐나 벌레가 드나들지 못하 게 해주는 ‘방서벽’이 설치돼 있지 않아 곳곳에서 바퀴벌레가 기어다니는 모습도 목격됐다.
김치 제조과정에선 온도를 섭씨 18도 안팎으로 일정하게 유지해 줘야 한다. 그러나 한쪽 벽에 설치된 조그만 에어컨은 작동되지 않아 실내기온이 24~25도 정도 돼 보였다.
칭다오 평도시의 다른 식품 제조업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 다. 김치 외에도 참기름과 고추씨 기름, 찐쌀, 젓갈류 등을 생산 하는 이 업체는 중국인이 회사 주인이지만 사장은 조선족이 맡고 있다. 납 김치 파동의 영향으로 한국으로부터의 주문이 끊겨 김 치공장은 잠시 가동을 멈춘 상태였다.
한쪽 건물에서 노인들이 맨바닥에 앉아 말린 고추를 다듬는 작업 을 하고 있었다. 세척과정도 거치지 않은 고추들이 공기로 먼지 를 날려보내는 ‘에어 샤워’만을 한 채 그대로 창고로 옮겨졌다 . 칭다오에서 가장 큰 복합양념 공장을 운영하는 이 곳은 연간 7 000t 가량의 고추를 한국에 수출한다.
김치 종주국 한국의 위상을 뒤흔든 ‘중국산 납김치’의 가공 생 산·유통 과정이 비위생적인 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김치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김치에서 검출 된 납은 아마 비위생적인 물, 젓갈, 고춧가루, 양념 중에 하나일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가장 의심되는 것은 젓갈. 김치에 들어가는 새우젓, 까나리 젓 등 젓갈류의 대부분은 중국 발해만의 다롄(大連), 동부연안지 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이 지역은 중국의 대표적인 공업지역 중 한곳이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서 생산된 젓갈이 중금속에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지적이었다.
중국 칭다오에 있는 기업 가운데 김치, 고추장, 된장, 참기름 등 을 만드는 식품업체는 500~600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김치업체 는 100여곳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한국에 김치를 수출하고 있다.
문제의 중국산 납김치와 관련, 검출통로에 대해 4곳가운데 1곳으 로 추정된다. 새우젓, 까나리젓 등 젓갈의 경우 중국 발해만의 대련, 동부연안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이 지역은 중국의 대표 적인 공업지역 중 한곳이다. 그러다보니 이곳에서 생산되는 젓갈 로 담근 김치에서 중금속이 검출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 는 상황이다.
중국 칭다오의 5000여개 한국 기업 중 10%가 김치, 고추장, 된장 , 찐쌀, 참기름 등을 만드는 식품업체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한 국에 제품을 수출한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중 국 산둥성 내 대한 수출 식품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인이 직 접 운영하거나 책임자로 있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김치 생 산업체는 100여곳에 달한다.
이곳에 있는 김치공장에서 한국으로 수출할 김치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일부지역 공장의 경우 제조과정에서 정화되지 않은 비위 생적인 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전 이곳에서 김치를 만들어 수입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산둥성 교주, 위패 지역등 은 평야에 위치해 물이 흐르지 않고 썩어 있는 곳이 많다”고 밝 혔다.
그는 “김치를 헹구고 절이는 과정에서 당연히 정수된 물을 사용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백만원씩 하는 필터 설치비용을 아끼려 고 ‘썩은 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업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안 다”고 덧붙였다.
중국산 수입김치는 거의 대부분 인천항과 평택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다. 그러나 검역과정에 중금속 검사는 포함되어 있지않다.
수입식품 검역은 항만검사소에 파견나간 식약청 직원에 의해 실 시된다. 식약청 관계자는 “수입김치의 경우 식품공전의 식품기 준 규격에 따라 타르색소, 보존료, 대장균군에 대한 검역을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중금속은 이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 다.
그러나 중국산 김치에서 중금속이 검출됨에 따라 검역 강화에 대 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김치절임식품조합 관계 자는 “관계당국이 국민건강을 해칠 수 있는 수입식품 검사 강화 를 위해 수입식품을 무작위로 추출, 임의로 검사할 수 있도록 관 련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칭다오(중국)=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