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말 잘듣는 나라?
[기자수첩]
15일 오전 APEC이 열리는 부산 벡스코에선 한국인 외신기자가 관계자들에 끌려 추방당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 기자는 NTDTV라는 위성방송사 소속.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이 방송사는 그 동안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파룬궁이나 인권문제를 다루며 중국 정부의 강한 견제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엔 ‘눈엣가시’같은 존재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 방송사는 고구려사 왜곡 문제도 다루는 등 한국인의 입장에선 반가운 매체일 수도 있다.
기자 추방사건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이 기자는 한ㆍ중 외교장관을 취재하기 위해 양자 접촉을 갖는 2층 회담장으로 갔지만 풀 기자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지를 당했다. 이 기자의 해명에 따르면 제지를 받은 이후 별다른 항의 없이 자리로 돌아왔지만, APEC 관계자들이 자신을 찾아와서 다짜고짜 회담장에서 나가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억울하다는 얘기다.
APEC 측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출입증을 발급했는데 결국 약속을 어긴 만큼 추방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날 회의장에 풀 기자가 아니면서 입장했던 기자들도 있었다는 점에서 추방 이유가 군색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또한 APEC 측 해명처럼 입장을 시도했다는 게 추방당할 사유인지도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결국 중국 정부의 강한 압력이 있었거나, 아니면 한국이 ‘알아서 추방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국가적인 행사를 별다른 잡음 없이 잘 치러보자는 APEC 측의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요구하는 대로, 또는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행동하는 한국을 보는 중국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겉으로야 “고맙다, 친구야”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속으로는 오래 전 “만만하고 말 잘 듣는 속국”의 추억을 떠올릴지 모를 일이다.
김만용 기자(mykim@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