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유광종] 3월 베이징(北京)의 한 노래방에서 한국인 P씨 일행은 갑자기 뛰어든 생면부지의 중국인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다. 한 명은 귀를 크게 다쳤다. 날벼락을 맞은 이유가 더 기막혔다. 가해자 가운데 한 사람이 P씨의 일행인 한 여성에게 꽃을 내밀었다. 불쾌해진 P씨 일행이 "방에서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정당한 요구였다. 그런데도 이게 봉변의 빌미가 됐다.
경찰에 신고하고 한국 영사관을 찾아 하소연도 했지만 이들을 붙잡지 못했다. 드넓은 중국 땅에서 범인을 찾는 일은 모래밭에서 낟알 찾기나 다름없었다. 결국 P씨 일행은 병원비 2만 위안(약 260만원)을 고스란히 부담했다.
'북유모'는 베이징 내 한국 유학생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다. 여기에 한 유학생이 최근 모골이 송연한 일을 당한 경험을 올렸다. 이 학생은 어느 날 밤 한국인들이 몰려 사는 왕징(望京) 내 아파트 단지를 걷다가 술 취한 젊은이와 마주쳤다. 그는 다짜고짜 중국말로 "너 한국인 맞지?"라고 물은 뒤 쇠파이프로 그의 팔을 내리쳤다.
중국에 사는 한국인들이 요즘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이유 없이 공격받거나, 사소한 다툼 끝에 보복을 당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특히 중국 내 동포(조선족)들이 한국인을 상대로 저지르는 강력 범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주중 한국 대사관이 한국인회.한인상회와 공동으로 '교민 안전 콜센터'를 설치한 것도 그만큼 한국인들의 처지가 위태롭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봉변을 당하지 않으려면 우선 중국인과 다투는 일을 피해야 한다. 특히 물리적 충돌은 절대 금물이다. 자칫 조직폭력을 불러들일 위험이 있다. 중국인들이 큰 소리로 떠들거나 질서를 위반한다고 눈총을 주거나 '바른말'을 하는 일도 삼가는 게 좋다. 중국 내 동포들을 무례하게 대해서도 안 된다.
한국인이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 찾는 중국은 안전지대가 아니다. 피해를 당하고 나서 대사관이 개설한 '콜센터'를 찾는 것은 하책이다. 스스로 몸을 낮추면서 조심해야 할 곳이 중국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