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서 영어 안 쓴다고 중국인 관광객 폭행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뉴질랜드에서는 단순히 영어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20대 현지 여성이 중국인 관광객에게 물을 끼얹고 주먹을 휘두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뉴질랜드 헤럴드에 따르면 매스터튼에 사는 벨린다 서덜랜드(25)는 지난 10월 12일 기차 안에서 앞좌석에 앉은 50대 중국인 여성이 다른 중국인 여성과 중국어로 얘기하는데 화가 나 물을 끼얹고 주먹을 휘두르는 사건과 관련해 8일 열린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서덜랜드는 페더스턴에서 웰링턴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앞좌석에 탄 중국인 여성들이 중국어로 대화를 하자 다른 승객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이 나라는 영어를 쓰는 곳"이라고 혼자 투덜거리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중국인 여성들의 모국어 대화는 계속됐고 이에 격분한 서덜랜드는 물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들에게로 다가가 "입을 다물지 않으면 머리 위에 물을 끼얹어 버리겠다"고 소리를 질러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큰 소리로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중국인들은 뜻하지 않은 사태에 당황해 하며 그때부터는 목소리를 낮추어 조용조용 얘기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던 서덜랜드는 비록 소리는 작지만 중국인들의 말소리가 계속 이어지자 다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들에게로 다가가 물을 확 끼얹은 뒤 그 들 가운데 한 명을 붙잡고 주먹까지 한 방 날렸다.
그러자 옆자리에 있던 다른 승객이 급히 서덜랜드를 뜯어 말려 사태를 일단 진정시킨 뒤 열차 승무원에게 사건을 신고했다.
서덜랜드는 승무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웰링턴 경찰서로 연행돼 조사를 받았으나 공격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판사는 서덜랜드에게 폭행죄를 적용했다. 선고는 내달 25일에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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