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과 정직을 팝니다”…전남 장성 주인없는 ‘구멍가게’ 화제
[쿠키사회] ○…“우리 마을 매점은 주인없이 운영됩니다.”
전남 장성의 한 농촌마을 구멍가게가 주인없이 운영되고 있어 화제다. 장성군 북하면 단전리 신촌마을은 70여가구가 모여 사는 제법 큰 마을이지만 주민 대부분이 노인인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지난해까지 명맥을 유지해 오던 마을 구판장이 있었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농촌인구로 인해 이용객이 적어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들자 올봄에 아예 문을 닫았다.
이렇게 되자 당장 생필품이 필요한 주민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1∼2주 정도면 불편이 해결될 것으로 예상했던 주민들 사이에 이내 불만으로 터져나왔다.
그러던 중 마을 이장 박충렬(45)씨가 “그렇다면 인건비가 전혀 들지않는 무인가게를 운영해 보자”고 제안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박씨는 지난 5월 사비를 털어 4평 남짓으로 마을 구판장을 새로 단장한 뒤 24시간 운영하는 무인 구멍가게 문을 열었다.
‘우리 마을 매점은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세제류와 과자류,술,담배 등 생필품을 위주로 일목요연하게 진열한 뒤 노인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큼지막한 가격표를 붙여놓았다.
이곳에서 손님들은 물건을 고른 뒤 양심껏 물건값을 내놓고,거스름돈도 알아서 가져간다. 당장 현금이 없으면 외상장부에 적어 놓은 뒤 나중에 돈이 생기면 갖다놓아도 된다.
마을 주민은 물론 외지인들까지 이 가게를 이용하게 되면서 ‘잘 될까,도둑맞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기우였다.
특히 이 구멍가게가 ‘아름다운 가게’가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한달 매출이 30만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적자는커녕 이익금내고 있는데,그 이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매달 불우한 마을 노인들에게 쌀 한가마씩을 전달할 수 있게 됐고,이 중 가장 불우한 노인에게 매달 3만원의 용돈도 드리고 있다는 것. 최근에는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성금 16만원을 북하면사무소에 기탁하기도 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요즘처럼 남을 믿지 못하는 삭막한 시대에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 믿고 살 수 있는 정직한 마을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다”고 자랑했다.
마을 이장 박씨는 “주민들이 양심과 정직을 사고파는 가게라는 생각에 더 정확하게 물건값을 계산하고 있다”며 “주민 모두가 믿고 운영하는 가게여서인지 불미스런 일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목포=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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