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MS에 “윈도 국가ID 달라”
윈도에서 ‘조선글’ 사용 위해…“남한의 한글윈도는 국명·자판 달라 못 써”
미디어다음 / 온기홍 중국 통신원
북한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컴퓨터운용체계(OS)인 윈도에 국가ID(로케일ID)를 배정해 달라는 요구를 되풀이하고 있다. MS가 곧 차세대 윈도를 내놓기로 한 것을 비롯해 윈도의 새 버전 출시가 빨라지자 컴퓨터에서 ‘조선글’을 사용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윈도를 조선글 전용으로 만들어 쓰려면 로케일ID가 필요하다.
중국에 있는 정보통신기술(IT)업계 관계자들은 25일(현지시간) 북한이 MS에 이런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말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열린 ‘다국어 정보처리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서도 남한 IT업계 관계자들에게 윈도 로케일ID을 배당받는 문제와 관련해 협조를 요청했다.
북한 평양정보쎈터에서 조선어정보처리를 담당하는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북한에서도 많은 윈도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지만 윈도에 로케일ID가 없어 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 쓰는 일이 무척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로케일ID를 직접 배정해주는 것도 좋지만 MS가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차세대 윈도 ‘롱혼’(Longhorn)에 ‘오픈 로케일’ 기능을 추가해 북한을 비롯한 나라들이 자유롭게 자국어정보를 넣어 윈도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북한 과학원 소속의 연구원은 “IT업계 관계자들이 그동안 MS 본사를 방문해 로케일ID 배정을 요구해왔지만 MS한테서 아무런 응답도 듣지 못했다”며 “남한의 IT 전문가들과 MS 일본지사 관계자들에게도 이 문제와 관련해 협조를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로케일ID는 MS 윈도에서 다양한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미리 관련 정보를 설정해놓은 것이다. 이 ID를 배정받은 나라들은 윈도에 나라이름을 비롯해 국어 자판과 서체를 입력해두고 윈도를 나라말에 맞게 수정해 사용할 수 있다.
북한이 윈도를 조선글에 맞게 변경해 사용하려면 MS한테서 로케일ID를 배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MS는 북한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정한 미국 상무부의 규정과 사회주의 국가에 핵심전략기술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바세나르협약을 이유로 북한에 로케일ID를 주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는 여태까지 영문 윈도에 조선글을 집어넣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자체개발 프로그램 ‘단군’을 얹어서 윈도를 써왔다. 그러나 윈도가 윈도2000·XP 등으로 발전하면서 기능이 점점 다양해지자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조선글 사용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북한 IT업계 관계자들은 MS에 로케일ID를 요구하는 대신 남한의 ‘한글윈도’(KS로케일)를 받아들이자는 의견에 대해서 “나라이름과 자판과 서체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한글윈도를 그대로 쓸 수는 없다”며 반대했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12-29 0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