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 기온차가 상당해서 적응하기가 힘든 날씨는 며칠째 계속되고있다.
여인가(女人街)빌딩의 옥탑에 올라 사면을 둘러보니 가시(可視)거리가 1km도 되지않는 것같다.
누런 황사가 북경전체를 덮고있는 형상이다.바람이 지나간 다음은 흔적도 찾기 힘든 황사가
그바람이 지난후 조용히 다가와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나날들이다.
호흡기에 영향을 받는것인지 머리속이 늘 띵한 느낌이다.황사를 많이 섭취한 이유일게다.
오늘아침 뉴스에 그동안 기대해왔던 하나의 바램이 무참히 무너지는 소식이 실려있었다.
쿵취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위안화 10% 절상을 요구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최근 많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중국을 방문해 위안화 절상을 요청하고 있지만, 외부 압력에도
불구하고 내부 여건이 성숙되지 않는 한 위안화 절상은 없다"고 답했다라는 소식이 그것이다.
사실 환율에 一喜一悲하는 나날이 작년부터 쭈욱 계속되고있다.2004년 말 대중국위안화 환율은
1대145 정도 였으나 지금은 1대 120대가 되다보니 가만히 앉아서 17%를 까먹는 형국이다.
위안화 절상은 무조건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에 그동안 참고 넘어왔으나 오늘 아침 그 희망마저도
저멀리 달아나는 느낌이다.중국에서 벌어 한국으로 송금하는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실망감을
오늘 아침 맛볼 듯하다.하긴 대중국투자를 하고있는 분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으리라.
세계여러 나라에서 위안화 절상을 기다리거나 압력을 넣고있는 이때 왜이들은 필사적 방어를 할까.
그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매스컴이나 방송에서는 중국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쏟아내고 있다.어제인가 한 신문에서는
15년후 중국은 지구상 최고의 기술과 경제력을 보유한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게재하였다.
한국과의 기술격차가 2년도 되지않는다고들 한다.2년후면 한국을 따라잡는다는 뜻인가보다.
싸구려에 가짜가 난무한다는 'made in china'는 옛날 말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보니 중국산에 대한 오래전 기억이 난다.그때가 96년도인가 독일의 '메쉬'라고하는 유명한
전시회를 참관하고나서 스위스로 관광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직원들 선물로 맥가이버칼이라는
다용도 칼을 사서 왔다.한두명 줄것도 아니고 해서 좀 저렴한 가격에 크기도 소형인것을 구매하였는데
이칼을 받은 이들로 부터 욕아닌 욕을 먹었다.이것이 스위스제가 아니라 중국제라는 것이다.
칼날을 펴서 보니 아주 작은글씨로 중국제를 표기해 놓았다.그걸 구매할 때 보지 못한것이다.
중국산이던 스위스산이던 품질만 좋으면 되지않느냐 항변아닌 항변을 해보았었다.하지만
한달도 되지않아 그 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하나도 남지않았다.망가지거나 녹이나 버렸다는것이다.
그후 중국에 자리를 잡고 귀국할 때 마다 작은 선물을 준비하였으나 받는사람들이 별로 탐탁치않게
여기기에 다음부터는 아예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던것이다.불과 10여년 전의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중국산은 어떨까.
2월초 아이들 컴퓨터를 사기위해 북경시내의 "란도"라는 곳을 찾아보았다.한국의 용산전자상가와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조립하여 판매하거나 대형메이커의 컴퓨터를 팔기도 하는곳이다.
요즘 가장 잘나가고 좋다는 "롄상"이 매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의 삼성 일본의 소니등이
조그마한 터에 자리를 잡고있다.
그런데 놀라운것은 그네들 컴퓨터의 가격이 무척비싸다는것이다.삼성이나 소니의 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일반 가정용 데스크탑의 쓸만한 사양이라고 느낀것이 '8,800위안'이다.한국돈으론 약 백오만원 정도다.
17인치 평면모니터에 이정도 가격이고 LCD모니터로 교체를 하면 1만위안이 된다.
그런데 롄상이라면 중국최대의 회사이고 세계적으로 꽤 유명한 상품이라고 하는데 물건자체는 참으로
조악하기가 그지없다.본체의 크기는 말할것도없고 디자인 자체가 고가품이리고 하기엔 너무나 볼품이 없어
보였다.그리고 LCD모니터는 옆쪽에 진열된 삼성것이나 소니것에 비하면 LCD라 칭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도 롄상이 가장 많이 팔리고있다고 하니 그들의 자국상품에 대한 애국심을 높이평가해야할 정도다.
결국 마음에 드는것을 찾지못해 돌아와 한국삼보컴퓨터대리점을 찾아 컴퓨터를 구매해야만 했다.
중국산하면 '싸다''품질이 나쁘다''가짜'가 많다라고 생각하는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닐것이다.
우스개소리라 하기엔 뭣하지만 오랫동안 중국에서 생활하신 분의 한마디가 생각난다.
"제 아파트에 있는 중국산 가전제품이나 가구는 처음 살때와 형태가 같은것이 하나도 없어요.전부 한두번은
꼭 고치고 교체하고 그러다 보니 이제는 만성이 되서 당연히 그렇게 되는구나 하고 생각이 듭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올초 들여온 가구는 이미 뒤틀려 보기흉칙하게 변하고,변기는 물이 고이질 않는다.
그리고 형광등은 왜 그리도 자주 죽어나가는지…그나마 최고급은 아니더래도 비교적 고가로 구매한 것들인데
그러한 것들이 이러하니 중국산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기가 힘든 형편이다.
중국인들 대부분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많다.그리고 한국을 방문해본 중국인들은 꼭 이런말을 한다.
한국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거리를 메우고 있는 수많은 자동차 대부분이 한국산이란 것에 대하여 상당한
부러움이 있었다고.
상해나 북경의 수없이 많은 차들중 '중국산'이라는 차는 얼마나 될까…자체 상표로 나오는것은
마티즈를 그대로 복사한 QQ정도말고는 거의 없는듯하다.한국 일본 독일등과 합작생산한 차들이 거의 전부라고
보면된다.도심에서 굴러다니는 차들 전부 그러하다.
이 차들은 중국에서 생산했으니 중국산이라고 해야 맞을까..아니면 아니올시다가 정답일까?
그들은 값싼 노동력만 제공할 뿐이지 그이상의 기술력도 능력도 아직은 없다고 보는것이 맞을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능력에 의하여 생산되는 것이지 그들 자체적으로 만드는 물건이 아니기에 아직도
기술축적 및 개발능력은 많이 뒤떨어져 있는것이다.기술이전이란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것이 아니라는것,
누구나 다알고있는 자명한 일일것이다.그러니 이들이 생산한 차들을 중국산이라고는 말 할수없지않은가.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나 모니터의 90%가까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고들 한다.하지만 그것을 깊이
들여다 보면 그제품의 대부분은 OEM(주문자제작방식)이다.비단 컴퓨터 업계만 그런것이 아니다.
한 예로 골프클럽을 보면 얼마나 황당한지를 안다.유수의 메이커들이 중국의 값싼 인건비에 OEM방식으로
생산제품을 납품받는다.하지만 이들은 주문받은 양의 두세배 이상을 만들어 이것을 뒤로 유통시키고있다.정가의
10%선에 판매되니 가히 날개돋힌듯 팔려나간다.똑같은 로고에 큰차이없는 품질…QQ를 생산한 놈과 똑같은
놈들이다.당연히 정품시장은 엄청난 타격을 받고있다.이제는 가짜가 없다고 말한 사람에게 이런 내용을 묻고싶다.
이런 물건들이 한국으로 들어가 버젓이 진품으로 팔리고 있다고 하니 실소가 난다.만든놈이나 파는 놈이나…
요즘 새로 나온 가짜계란으로 만든 계란찜을 선물해주고싶다.
15년후에 세계최고기술의 국가가 되든 초강대국이 되든 그전에 앞서 위안화 절상을 못하는 이유는 이러한 문제를
알고있는 그들이기에 "싼가격의 경쟁"말고는 중국제품이 살길이 없다는 위기감에서 필사적 절상방어를 하는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10%의 위안화절상은 10%의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나타낼까 두려운것일게다.
매일같이 CCTV에서 그들이 금메달을 딴 역대올림픽장면을 매일 보여주는등 젊은이들의 애국심을 키워논 결과로
중국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컴퓨터메이커를 중국산 롄상이 차지하게끔 만들었다.모바일도 TCL이 차지했다.
애국심은 만사형통이다.거대중국을 살찌워주는 자양분이 되어있다.하지만 분명한 한계는 가지고 있을것이다.
엄청난 빈부격차,지역간 격차,도시와 농촌의 격차…끝없이 치솟는 부동산가격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인건비.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무질서함..교통의난잡함...이러한 모든 문제를 현명하게 15년안에 푼다고 한들
그15년후에도 한국과는 분명한 격차가 존재할 것이며 그들이 한국을 뛰어넘아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든다.왜일까?
조선일보 중국통 카페에서(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