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들, 아시아서 ‘생존의 짝짓기’
[조선일보 2006-03-08 03:03]
‘中견제’ 파트너십 ‘美패권 반대’ 그룹 두 축으로 갈려
아시아 주변 강대국들의 ‘합종연횡(合從連衡)’이 활발하다. ‘짝짓기’의 키워드는 ‘안보’와 ‘에너지’, 그리고 ‘경제협력’이다. 이 짝짓기가 과거와 다른 점은 무 자르듯이 ‘이편과 저편’을 나누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엇갈린 안보 전략 속에서도, 에너지·경제부문에서는 협력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그림은 드러나고 있다.
◆‘합종연횡’의 두 축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달 초 인도와 파키스탄을 방문하자, 이에 뒤질세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베이징을 방문한다. 푸틴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은 작년 한 해에만 6차례 만났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인도의 경쟁국인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에너지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1월 초에는 아소 다로 일본 외상이 인도와 파키스탄을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중국 견제’였다.
현재 진행되는 각국간 협력 관계의 큰 그림은 두 가지다. 미국·일본·인도가 주도하는 ‘중국 견제’ 파트너십과 러시아·중국이 주축이 된 ‘미 패권 반대’ 카르텔이 그것이다.
◆‘중국 견제’ 연대
지난달 나온 미 국방부 보고서는 “글로벌 야망을 가진 중국의 정치·경제적 파워로서의 급속한 성장은 동아시아와 전 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미국의 국제정치 평론가 파리드 자카리아는 “부시 행정부는 일본과 유럽이 쇠퇴하는 상황에서, 부상하는 인도를 ‘자연스러운 파트너’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미·중 수교를 이끌어낸 데 반해, 2006년 3월 부시 대통령은 인도를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1962년 전쟁까지 치렀던 중국과 인도는 3200㎞에 달하는 국경선을 놓고 협상 중이다. 중국 견제에는 일본도 관심이 높다. 한국외대 남아시아연구소 김찬완 책임연구원은 “중국이 중동 원유수입로와 관련해 미얀마의 항구 한 곳을 사용하는 인도양 1항(港)정책을 펴다가, 파키스탄에 또 다른 항구를 건설하는 2항 정책으로 전환하자, 일본은 중국의 서남아시아 영향력 확대를 경계한다”고 지적했다.
◆다극체제 연대
중국·러시아·인도 3국 외상은 작년 6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3국은 세계의 다극체제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갖고 있다”고 선언, 미국의 일극체제를 겨냥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 6개국이 결성한 ‘상하이협력기구(SCO)’도 미국의 중앙아시아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인도는 미·일과 ‘중국 견제’라는 목표를 공유하지만, 이것이 곧 ‘미 패권 인정’은 아니다. 작년 12월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선언하고 군사협력 강화·방위산업 공동 육성 등을 약속했다. 이를 통해 대미(對美)·대일(對日) 교섭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경제·에너지 협력은 병행
각국의 경제 협력은 때론 안보상의 이해를 앞선다. 군사적으로 라이벌인 중국과 인도는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양국 교역량은 1992년 3억3200만달러에서 작년 136억달러로 폭증했다. 대(對)테러 전쟁에서 미국과 손잡은 파키스탄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중국과 에너지협력 협정을 맺었다.
중국은 러시아와 군사·경협에서 파트너지만, 갈등요인은 여전하다. 홍완석 한국외대 러시아·동유럽학과 교수는 “양국의 협조관계는 철저한 실리 위주로, 장차 중앙아시아 에너지 개발을 둘러싸고 경쟁과 갈등이 깊어지면 불협화음을 노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철민기자 [ chulmin.chosun.com])
(이동혁기자 [ d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