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中國을 바꾼다]2. 체제를 흔드는 ‘트로이 목마’
[경향신문 2006-03-08 18:24]
중국 총리는 해마다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폐막식 당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는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올해도 전인대가 끝나는 오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국정 전반을 설명하는 기회를 갖는다. 원총리는 2003년 3월 취임 때부터 기자회견을 앞두고 인터넷을 뒤지며 네티즌의 의견을 미리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중국에서 인터넷이 얼마나 훌륭한 통치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중국 정부는 올초 웹사이트인 ‘중궈정푸왕’(中國政府網·www.gov.cn)을 개통했다. 우리의 ‘국정브리핑’과 비슷한 성격의 이 웹사이트는 정부정책을 네티즌에게 직접 알리면서 정책 건의와 민원 접수도 받는 쌍방향의 정책홍보 기능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신문고 형식의 부정부패 고발센터도 운영한다. 인터넷이 13억 인민과 정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믿음으로 중국 정부는 이렇게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인터넷 검열 정책을 시행중이다. 인터넷을 통한 외부 정보 유입을 막기 위해 강력한 인터넷 방화벽을 중국 대륙 전역에 설치했다. 1억1천만명의 네티즌, 하루 3억통에 이르는 e메일, 10만여개의 PC방이 모두 감시 대상이다. ‘새로운 만리장성’이 세워진 것이다. 영국 BBC 방송, ‘미국의 소리’ 방송 등 중국에 비판적인 기사를 자주 올리는 매체는 물론이고 홍콩이나 대만의 언론사 웹사이트도 부정확한 보도를 일삼는다는 이유로 접속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티베트 독립’이나 ‘톈안먼 사건’ ‘대만 독립’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 3만여개는 아예 검색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중국 정부는 이렇게 인터넷을 활용하면서 통제하는 이중접근을 하고 있다. 인터넷을 중국 정부에 유리하게 잘 활용하되 인터넷이 정치·사회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자는 게 중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경제 발전에 따라 네티즌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대세지만 국가기밀이 외부로 누설되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올라오거나, 서방의 포르노가 침투해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것은 막아야 하고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네티즌이 법을 어겼다고 판단될 경우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중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인터넷 기업들의 ‘협조’를 받아 얻어낸 e메일 자료 등으로 당사자를 처벌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적어도 50여명의 네티즌과 32명의 신문·방송기자가 인터넷으로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구금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터넷 관리를 관장하는 국무원 신문판공실(국정홍보처) 인터넷국 류정룽(劉正榮) 부국장은 “인터넷을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속된 중국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중국 국민들은 포르노나 테러리즘을 조장하는 극히 일부의 외국 웹사이트를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통제는 예외적이고 문화적인 것에 국한되어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좋은 점은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린다’는 식의 이른바 ‘통제된 인터넷’을 지속하고 싶은 것이 중국 당국의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치수단으로 잘 활용할 수도 있지만, 그 칼에 베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중국 당국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인터넷은 중국에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당국은 인터넷이 정치적 권리의 확대, 표현의 자유 등을 촉진시킴으로써 중국공산당 일당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인터넷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도 “중국 공산당은 인터넷에 대해 사랑과 미움이 엇갈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그들은 인터넷이 가져올 정보의 공개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중국정책은 안팎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달 15일 미 의회가 구글 등이 중국 인터넷 검열에 협력한 것을 문제삼아 청문회를 연 적이 있다. 중국의 인터넷 통제가 국제적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과연 인터넷 통제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인터넷 검열 정책에도 불구하고 빈틈을 파고드는 네티즌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서방이 개발한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경우 통제의 벽을 뚫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 로스쿨의 ‘버커먼 인터넷과 사회 연구센터’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톈안먼 사태와 관련된 웹사이트의 90%,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비난하는 웹사이트의 82%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인터넷 공간에서 완전한 차단이 불가능함을 입증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당국의 인터넷 통제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며, 성공을 거둘지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보급률이 전체 10%에 미치지 못한 현 시점에서는 당국의 통제가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네티즌이 급증할 경우 완벽한 외부 정보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도 “인터넷이 중국의 트로이 목마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의 필요에 의해 호명(呼名)된 인터넷이 당국의 통제를 벗어날 경우 그때의 중국은 지금의 중국이 분명 아닐 것이다. 그러나 통제되는 지금도 인터넷은 중국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홍인표특파원 iph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