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벌거벗긴 채 개처럼 끌려 다녀"
[데일리안 2006-03-23 10:40]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한인권 국제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 북한인권대회 막 올라…탈북자 실태 증언 쏟아져
"덫에 걸린 짐승 살리려면 올무를 풀어줘야지 먹이나 던져줘선 안 돼"
[데일리안 윤경원 기자]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22일(현지시간) 오전 제3차 북한인권 국제대회가 유럽연합(EU) 본부건물 건너편의 크라운 플라자 호텔에서 막을 올렸다.
미국 워싱턴, 서울에 이어 세번째인 이번 대회는 미국의 프리덤 하우스와 벨기에의 국경없는 인권 등 미국과 유럽의 인권 단체및 NGO(비정부기구) 소속 회원 100 여명이 참석했다.
이스트반 셴트 이바니 유럽의회 의원은 환영사에서 “북한 지도자가 북한 주민들을 인질로 잡은 것은 슬픈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북한을 단순 지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인권 거론은 아주 민감한 문제로, 협력을 요구하는 것이고 유엔 사찰과 특별보고관 등 여러 사람과 기관의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유권인권위원회의와 구호단체들의 협력을 요구했다.
그는 “북한사람들이 여러 이유로 중국으로 넘어가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데 유엔고등난민판무관은 정치적 이유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난민으로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중국당국이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해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또 “나는 헝가리출신으로 공산주의 체제에서 자유가 훼손되는 것이 뭔지를 경험했다”며 “두 한국이 자유롭게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나의 바램”이라고 말했다.
이 대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소속 송영선 의원은 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송 의원은 “한국 정부는 많이 지원하면 북한이 변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실제로 일어난 일은 북한이 변한 게 아니라 버릇이 나빠졌다는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 들어 북한의 나쁜 버릇이 더 악화됐다. 김정일 정권은 군대위주 정치를 강화하고, 북한은 더욱더 독재정권 강화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들의 사상, 이념 정치적 선동, 미사여구 등이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고 한국의 대북 유화정책을 비난했다.
김태산(53) 북한경공업성 책임지도원 출신 탈북자는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에서 1인독재에 반대하는 수십만명이 재판없이 죽거나 가족 친척까지 가두는 반인륜적 독재국가”라며 “북한은 인구의 10%가 굶어죽는 공동묘지의 나라로 전락했다. 한때 북한경제를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기아가 시작된 1996년이래 직업선택의 자유 등 경제활동의 자유를 주었다면 3백만명 아니라 3백명도 굶어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구했다.
김씨는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 역시 남한 기업들이 주는 임금은 손에 쥐어보지도 못하고 100% 국가에 빼앗기는 21세기 노예들”이라며 “인권해결의 대책 없이 쌀과 약품 등의 지원에 그친다면 진정으로 북한 인민을 돕는 것이 아니고 김정일 독재체제 유지만 도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쌀, 약보다 인간으로서 정치·경제적 자유와 권리가 더 필요하다. 덫에 걸린 짐승을 살리려면 올무를 풀어줘야지 먹이나 던져주어선 안 된다”며 “남한으로 온 이후 두자식과 친척들을 정치범 수용소로 잡아넣었다. 여러분이 구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신(28) 북한 무산 광산 기술선전대 배우출신 탈북자는 “(중국으로 탈북해)돼지우리, 창고, 산에서 숨어지내다 중국에서 조선족에게 팔려가 21살에 아이엄마가 됐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중국서 탈북자라면 누구나 가슴 아픈 얘기를 갖고 있다. 힘든 생활하다 자살한 경우도 있다. 남의 나라 땅에 가서 짐승보다 못한 대접받고 여성들은 성 노리개로 발 묶여 살고 있으며 심지어 달아날까봐 옷도 안 입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실제로 현지인에게 팔려가 달아났다 붙잡혀 오토바이로 실오라기 하나 안 입힌 채 동네를 이리저리 개처럼 끌고 다니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며 “중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 여성들의 현실이 너무도 가슴 아파 지금도 생각만하면 밤에 잠들 수 없다”고 절규했다.
사이카 후미코 일본 대북 인권담당 특사는 일본인 납북자문제와 관련, “이 문제는 일본만으론 충분하지 않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라며 “한국 태국 등 다른 나라 납북자문제도 발견돼 이미 국제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여자들도 납북될 가능성도 있다”고 이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요구했다./ 윤경원 기자